‘YTN노조원 6명에 대한 징계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막으려는 이들과 들어가려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YTN의 아침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16일 오전 8시30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층. 안전 요원 6명이 해직자들의 YTN 출입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입구에 섰다. 바리게이트를 치고 대오를 갖춘 채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는 이들의 모습을 YTN타워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회사 직원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해직자들에 대한 징계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이 담긴 법원 판결문을 손에 쥔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장과 조승호 기자가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안전 요원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막고 있는 이유가 뭐냐?”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 기다릴테니 책임자를 불러 달라”

▲ YTN에서 고용한 안전 요원들이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YTN노조

해직자들과 노조원들은 수차례 안전 요원들을 향해 “책임자가 누구냐”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이들은 “YTN에서 지시했다”고만 답할 뿐 말을 아꼈다. YTN의 지시로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아야 하는 안전 요원들도 노조원들과의 실랑이가 괴로운 듯했다. 오로지 이들만이 노조원들을 상대할 뿐, 회사 쪽 관계자 그 누구도 당시 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다.

해직자들과 안전 요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계속되는 동안, 지나가는 많은 YTN 직원들은 해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건넨 이들은 해직자 출입 통제에 대해서 “오늘은 또 왜 막는 건가” “미치겠다 진짜” “판결 나왔는데도 왜 먹는 거냐”며 회사 쪽의 조치를 강하게 성토했다.

출입 통제가 계속되자 노 지부장은 “우리들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면, 건물을 침입했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끌어내라”며 “(회사는) 법 좋아하면서 왜 경찰을 안 부르고 용역을 부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오전 8시52분, 안전 요원들을 관리하는 보안실장(외주 업체)이란 직책을 맡은 이가 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YTN 측에서 하라고 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 ‘누가 지시했나’ ‘막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노조원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때 한 안전 요원이 노조원들의 모습을 디지털캠코더로 채증하는 모습이 확인됐고, 이에 노조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몇 차례 출입을 시도하던 노종면 지부장은 안전 요원들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해직자들과 함께 오전 9시 경 화물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에 당황한 안전 요원들은 급하게 움직이며 노조원들을 제지했고, 엘리베이터 운행 자체를 중단시켰다. 노조원들은 비상 계단을 통해 6층까지 올라간 뒤 노조사무실이 있는 15층으로 향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각 층에 있는 비상 계단 출입구를 봉쇄했다. 결국 노조원들은 YTN타워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서 내린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갈아탄 뒤 노조사무실이 있는 15층에 도착했다. 이후 단체교섭과 관련한 회의를 시작했다.

해직자들이 여러 난관을 뚫고 노조사무실에 도착하자, 한 안전 요원은 노종면 지부장을 향해 “위원장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해직자들이 계단을 통해 노조 사무실로 가고 있다. ⓒYTN노조

당분간 YTN에서 들어가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들 사이의 실랑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쪽 관계자는 “(해직자 출입 제한 조치가) 그대로 갈 것이다.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배석규 사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해고자들은 지난해 10월 이전, 그리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회사에 해악을 끼쳤고, 위법성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지금은 회사 생존을 위한 중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 판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보다는, 해직자들의 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짐작했을 때, 출입 제한 조치를 비롯한 회사 쪽의 강경 조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TN의 해직자 제한 조치, 정당하지는 않아”

변호사들은 ‘해고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난 뒤 해직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회사 쪽의 조치에 대한 위법성을 논할 수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법원에서 1심 판결로 징계 무효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회사에서 항소를 준비하고 있기에 판결 결과만 가지고 회사 쪽의 조치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주영 변호사는 “해고 무효 판결은 1심이고 회사 쪽이 항소를 할 예정인 만큼 확정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쪽의 행동을 두고 불법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명옥 변호사도 “회사에서 이번 판결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항소 방침을 밝힌 만큼,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효와 무효를 확정하지 않기에 해직자 출입 제한 조치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지만 정당하지는 않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조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 ‘소송’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소송을 당한 노조원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노조 쪽 변호를 맡은 여연심 변호사도 “판결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조치에 대해 법적 타당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회사 쪽의 해직자 출입 제한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해고자 신문이라 하더라도 1심에서 승소를 했고, 사법부가 근로자의 지위가 있다고 판단했고, 해직자 대부분이 노조 간부들이기에 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한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은 조합 활동을 원천 봉쇄한 것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 합의서에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는 확정 판결을 따른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합의에 (1심 판결인지, 확정 판결인지) 이러한 부분이 명시되지 않아 문제가 되지만 당시 합의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체적으로 곧 내려질 판결(1심 판결)을 의미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쪽에서 항소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하지 않으려했지만 저렇게 나오는 이상 나머지 14명에 대해서도 다시 항소를 검토해야 하는 등 몇 년 간 난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는 사태를 봉합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회사 쪽에서 분쟁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YTN 변호를 맡은 조재연 변호사에게 사무실을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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