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자신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MBC가 또다시 보도 시위에 나섰다. 문 전 대표가 MBC TV 토론에 나와 해직기자 문제 등을 언급하며 “MBC는 심하게 무너졌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 흔들기’라는 비판보도를 낸 것이다. MBC는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MBC노조탄압 청문회’를 의결하자 ‘야당과 자사 노조’를 비판하는 리포트를 다량으로 내며 “공영방송을 사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MBC<뉴스투데이>는 22일 오전 <文 토론회 발언 '논란'…공영 방송 흔들기?>(8번째, 육덕수 기자)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문 전 대표가 토론회장에서 정책공방이 아니라 공영방송 흔들기와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여섯 번째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언론적폐 청산’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며 “국민들은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중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MBC 해직언론인 등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MBC는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및 언론자유 회복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해직언론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 인사 강행 및 보도 통제 등 MBC 내부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거론하며 지적했다.
그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의 자유 및 공공성 회복이 시급하고, 해직 언론인 복직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싶다”며 “나아가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재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MBC는 22일 리포트에서 “(문 전 대표가)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망가졌다는 원색적인 표현도 사용했고, 보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며 “MBC 사장 선임은 법적 절차를 밟아 정당하게 이뤄졌으며,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은 해직 기자 복직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상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정당 소속 유력 후보가, 특정언론사 보도에 대해 정파적 해석을 여과 표현한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MBC는 뉴스의 정확성과 중립성, 그리고 적절성을 감시하는 등 공정한보도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문제들을 지적한 대선 후보에 대해 자사의 보도로 일일이 반박한 것이다.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언론 민주화’는 중요하다. 그런데 다들 자기가 집권하면 공영방송은 정부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다 공영방송을 틀어쥐려고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새 리더십으로 언론 개혁을 위해 정파를 뛰어넘는 합의를 통해 ‘언론 민주화’를 마무리하자”고 강조했다. MBC는 이를 “안 지사는 정파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문 전 대표의 발언에) 거리를 뒀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 노조탄압 청문회’ 실시를 의결하자 MBC<뉴스데스크>는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를 비난하는 리포트를 다량으로 쏟아냈다. 이 같은 MBC의 보도에 대해 MBC 기자협회 등 구성원들은 성명을 내고 “MBC 청문회 규탄 보도는 사실상 뉴스데스크를 ‘국회 환노위 규탄시위’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문 전 대표가 21일 공영방송 및 MBC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에 대해 해직언론인 및 구성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승호 MBC 해직PD(현 뉴스타파 PD)는 22일 자신의 SNS에 “공영방송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적폐청산 문제라는 문재인 후보의 인식에 매우 동의한다”라고 말했고, 언론노조 조능희 전 MBC본부장은 ‘공영방송사가 제대로 했다면 탄핵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문 전 대표의 지적에 “정확한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MBC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낸 리포트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전 본부장은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MBC의 리포트에 “어떤 감시와 어떤 노력을 했냐”고 반박했다. 또 해당 기사에는 MBC를 비판하고 해당 리포트를 반박하는 댓글들이 다량으로 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