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라디오 진행자들이 시사 라디오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조기 대선 등의 외부 정치 환경과 기성 라디오의 기계적 중립식 진행과는 차별화된 진행자들의 ‘태도’가 청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공성과 공익성을 추구해야 할 라디오 방송에 정치성향이 두드러지는 진행자를 앉혔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나꼼수' 출신 김어준·정봉주...지상파 라디오 돌풍을 이끌다

2011년 나꼼수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인 팟캐스트 시장을 개척한 것을 넘어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나꼼수 이후에도 인터넷 방송 <파파이스> 등으로 인터넷 미디어 활동을 지속해왔다. MBC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2011년 하차했던 그는 지난해 9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지상파에 라디오에 복귀했다. 현재 뉴스공장은 아침 시사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순위정보 제공 사이트 팟빵 집계에서 모든 장르의 방송 가운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위쪽부터 TBS<김어준의 뉴스공장>과 SBS<정봉주의 정치쇼>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종편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서도 활약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6일부터 SBS <정봉주의 정치쇼>의 진행자를 맡으며 시사 라디오 돌풍을 이어받았다. 정치쇼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생활정보 방송이 주를 이루는 시간대(오전 11시)에 시사·정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 결과 방송 사흘 만에 아이튠스 1위, 팟방 순위 3위에 올랐다. 나꼼수 출신 두 명의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이 시사 라디오 청취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뉴스공장과 정치쇼가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뉴스공장 연출을 맡은 정경훈 PD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군 이래 유례없던 정치환경이 도와주고 있고 예능과 시사를 구별하지 않은 시도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정치쇼 연출을 맡은 김삼일 PD도 “오전 11시에 정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정봉주가 진행한다면 되지 않을까 했던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결국 외부 환경인 정치적인 상황과 ‘나꼼수’ 돌풍을 이끌었던 진행자들의 역할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어준 총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인기는 콘텐츠가 아닌 태도 때문”이라며 “기존 주류 미디어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론 특정 집단, 계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기성 언론의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그 대안으로 김 총수와 정 전 의원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찾게 됐다는 말이다.

지상파에 정파성 강한 진행자는 잘 맞지 않아

MBC의 한 중견 라디오 PD는 이 같은 김 총수의 지적에 일부 동의했다. 그는 “기성 언론인 지상파 라디오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기계적 중립’ 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지상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해 뉴스공장이 잘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영방송 KBS와 MBC에서 시사 프로그램들이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원칙조차 못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지상파 라디오가 가야할 길에 대해 묻자 “TBS 교통만 해도 지상파와는 달리 생존전략으로 (김어준 총수 영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상파에서는 ‘방송 강령’이 있는 이상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이 의원직에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면 진행자로 섭외하는 데 욕심이 날 것 같다. 예를 들어, 유시민 작가처럼 ‘정계를 은퇴를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면 영입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종편 패널들이 편향적 정파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는데, (김 총수, 정 전 의원) 이쪽에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은 공공성과 공정성이라는 가치가 바탕이 돼야 한다. 물론, 촛불집회와 같은 특정 이슈가 있을 때는 쫓아 붙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의심 받을 만한 내용을 전면에 내세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상파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정파적인 색채가 뚜렷한 진행자를 쓰는 데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공영방송이 정상화된다면 김제동 씨를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섭외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지상파의 특성상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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