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해에서 남북간의 교전이 벌어졌다. 11일 언론 매체들은 이 사건을 두고 사건일지를 짜고 그에 따라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는데, 사건일지는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다.

북한이 NLL을 넘어 왔다 -> 우리군은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했으나 북 경비정이 50발의 ‘직접’(혹은 조준)사격을 해왔다 -> 우리군은 ‘교전수칙을 준수’에 따라 200여발이상(조선일보·한겨레·중앙일보), 1000여발(중앙일보), 2000여발이상(경향신문), 4000발(동아일보)을 ‘대응’사격을 했다 -> 이렇게 2분간의 교전으로 우리군은 외부 선체에 15발 가량을 맞았으나 인명피해는 없었고, 북한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북상했다.

▲ 11월 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우리 군에서 북한 경비정에 몇 발을 쏘았는지에만 차이가 있을 뿐 대략적인 일지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북한이 먼저 NLL을 넘어왔고, 우리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했지만, 북한이 먼저 ‘직접’사격을 해왔고, 이에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시작 자체를 ‘북’이 먼저 했고 우리는 교전수칙에 따른 것으로 책임이 없다는 식이다. 오히려 1차, 2차 서해교전에서 남측의 피해가 있었으나 어제 서해교전에서는 피해가 없었던 것을 높이 사고 있는 모습이다.

교전수칙을 따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교전규칙 철저히 지켰다” VS “확전방지 원칙 지켰나”

조선일보는 4면 ‘우리 해군, 교전규칙 철저히 지켰다’ 기사에서 “군 당국은 북한이 우리 측의 잇단 경고를 무시했고 해군은 교전규칙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즉 2003년 ‘경고방송 및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단순화된 규칙을 잘 지켰다는 뜻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군이 오버하지 않았느냐는 주장도 있으나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확전을 방지하면서 차분히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5단계일 때는 ‘밀어내기’하다 기습당했었는데 3단계로 변경한 이후에는 즉각 대응사격이 가능해져 아군 피해가 줄었다”고 우리군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3면 ‘해군, 확전방지 원칙 지켰나’ 기사에서 “해군은 경고통신을 5차례나 무시한 북한 경비정에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대응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작전지침의 상위개념인 ‘정전시 교전규칙’은 ‘확전방지’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 경비정에 무차별 사격을 한 것은 이 원칙을 훼손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11월 11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 11월 11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번에는 침몰보다는 NLL 밖으로 북한 경비정을 내보내는 쪽으로 했는데, 더 많은 화력을 동원했다면 분명히 침몰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도 한다. ‘침몰시킬 수도 있었는데…’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응의 ‘과도성’ 여부는 당시 상황을 좀 더 명확히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북 경비정이 ‘왜’ NLL을 넘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10일 “우리 영해에 침입한 불명목표를 확인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해군경비정을 긴급기동시켰다”면서 “목표물을 확인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조선 군함선 집단이 우리 경비정을 뒤따르며 발포하는 엄중한 도발행위를 감행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도발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은 ‘불명목표물’에 대한 확인을 위해 NLL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실은? NLL에 중국어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김태영 국방장관 역시 “(북 경비정이) 중국 어선이 움직이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 군을 공격하기 위해 북이 10일 NLL을 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군은 ‘교전수칙’에 따랐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결과 북한군은 1명의 사망, 3명 이상의 부상이라는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에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배성인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올해 NLL을 넘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이 올 들어 처음 ‘경고사격’과 ‘대응사격’을 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 군이 교전 수칙은 지켰다고 하지만 남북관계를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11월 11일자 한겨레 2면 기사
NLL 침범했으니… ‘당연’ OR NLL 불명확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역시 NLL이다.

‘또 화약고된 NLL’ 기사에서 한겨레는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일방적으로 설정했다”면서 “합의된 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설정 이후 지금껏 남북사이 갈등의 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겨레는 “남북은 2007년 10·4정상선언을 통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창설해 북한한계선을 둘러싼 갈등을 피해가기로 했지만,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이 무산되며 제도화하는데 실패했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0·4선언이 휴지조각 취급을 받고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와 서해상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한 층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서 NLL의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북한이 NLL을 넘은 이유’, ‘서해교전으로 벌어질 확전 여부’, ‘NLL에 대한 남북갈등’의 문제 등을 나열하고 이 사건을 본다면 ‘교전수칙’이 5단계에서 3단계로 바뀐 배경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측 대응이 과도했다고 보인다. 단순히 교전수칙을 따랐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볼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세력이 남북관계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인 행위로 밀어붙이고 ‘우리 해군이 승리했다’거나 ‘지난 정부와는 달리 원칙대로 대응했다’는 식으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 11월 11일자 조선만평
각 매체마다 어제 서해교전과 7년 전 서해교전 비교를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 측의 피해 정도로만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총체적으로 함께 비교했다면 최소한 아래가 같은 만평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이 만평, MB정권이 무력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는 다르게 북에 본때를 보여줬다고 읽어야 하나? 그러니 자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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