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언론관련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긴급 체포한 것과 관련해, 언론노조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경찰의 체포를 강하게 비난하며 최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장 평화적인 수단인 단식을 통해 위법으로 확인된 언론악법을 폐기하고, 원점 재논의를 촉구하던 최상재 위원장을 불법 연행했다”며 최 위원장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의 석방을 촉구했다.

▲ 언론노조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앞서 지난 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후 1시55분경,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최 위원장과 박 공동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2인 이상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있기 때문에 집회에 해당한다. 아무런 말도 안 한다고 하지만 플래카드를 통해 의사표시가 되고 있다”며 체포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경찰은 2명이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단식농성을 했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라고 강변한다. 집시법에는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과 사회의 공공질서 및 안녕간의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제정목적이 적시돼 있다”며 “과연 최상재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체포영장도 없이 긴급체포할 정도로 공공 질서 및 안녕을 해칠 위험한 상황이었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공공의 안녕을 해칠 위험이 전혀 없고 인도가 아닌 사유지에서 평화적으로 진행한 단식농성을 불법집회로 규정해 탄압한 것은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요, 헌재 결정으로 위법성이 밝혀진 언론악법을 바로잡지 않으려는 오만함이 부른, 또 다른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순기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은 평화적으로 단식 농성을 했고, 시민들은 이를 격려하기 위해 모였는데 이게 무슨 시위이고 집회냐”며 “언론법 재논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열망을 잠재우기 위해 (체포라는) 얄팍한 수단을 썼지만 이를 계기로 언론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이 체포될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도주 및 증거의 우려가 없음에도 이게 체포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근행 MBC 본부장도 “이러한 일은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판결을 낸 지난 10월29일 미리 예견된 것”이라며 “최고 사법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못 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겠냐”고 일갈했다.

현재 최 위원장과 박 대표는 경찰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 위원장은 오늘로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노조는 오늘 오전 11시30분부터 서초경찰서와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언론법 재논의 및 최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언론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최상재 위원장(오른쪽 가운데)을 면담하고 있다. ⓒ송선영
“언론법 재논의 목소리 확산, 막으려 연행”

한편,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언론노조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서초경찰서 조사실에서 최 위원장과 박 공동대표를 면담했다.

최 위원장은 ‘경찰이 연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헌법재판소 결정을 국회가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자 이러한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행한 것으로, 부당하다”며 “언론법 재논의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는 집시법 위반이라고 하지만, 단식농성 중이었고 구회를 외치거나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 경찰이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을 향해 “힘을 모아서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정확해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통제 정부, 평화적 단식마저 탄압”

최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9일 논평을 통해 “경찰이 최 위원장을 강제 연행한 것은 헌재결정으로 위법성이 밝혀진 언론악법을 바로잡지 않으려는 오만함이 부른 또 다른 불법”이라며 “경찰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최상재 위원장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대변인 논평에서 “전체 언론노동자의 대표를 잡아 가두는 것은 군부독재에서 가능한 심각한 언론탄압”이라며 “최상재 위원장이 연행되어 있는 기간만큼 언론의 자유는 그만큼 더 후퇴하고 질식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석방을 촉구했다.

진보신당 또한 “언론통제 정부가 평화적 단식마저 공권력을 동원해 연행하는 막가파식 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언론통제에 이어 단식자까지 연행하는 깡패국가 야만국가임을 세계만방에 드높이는 실로 한심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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