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99년부터 KB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정규직, 비정규직 그 간격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많지 않은 월급 또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회사로 알고 충실히 일해 왔습니다. (그런 제가) 지난 시간, 공영방송 KBS를 만드는데 기여했던 책임감으로 이제는 KBS를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차기 사장후보로 등록하고자 합니다”<홍미라 지부장 출마의 변 중>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계약직 지부 홍미라 지부장이 차기 KBS 사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미라 지부장은 10일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순 사장 임기 동안 KBS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을 방기한 채 ‘자본’과 ‘효율’만을 강조했다”면서 “그 결과 KBS의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지고, 다양성은 훼손됐으며 사회적 약자는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 지부장은 “지난 1년간 신뢰도, 시청률, 영향력을 상실한 KBS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진정 시청자가 주인이고 공익과 인간이 핵심 가치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 11월 10일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홍미라 지부장 사장후보 등록 기자회견'의 모습ⓒ권순택

홍 지부장은 이와 함께 △국가와 시장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최고의 품질, △다양성(다양한 사람들의 개방적임 참여), △휴머니티(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 △녹색(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의 소통), △책임(정직·성실·공정에 대한 책임), △크리에이티브(자유로운 조직·창의적인 문화·독창적인 콘텐츠) 등 KBS의 7대 비전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홍 지부장은 “해고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한 개인의 미래에 대한 존중이며, 가정의 안정, 그리고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면서 “KBS가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KBS 스스로 폐기하고 동일한 노동과 동일한 가치를 창출한 직원들을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며 비정규직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한웅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위원장도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한국사회가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KBS사장에 노조원 혹은 비정규직이 되어도 국민방송,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KBS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계약직 지부 정승혜 조합원도 “단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정체성과 독립성을 저버린 KBS였고, 그 결과 사회적 약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면서 “홍 지부장은 10여 년간 KBS에 몸담았던 일꾼이었고, 계약직 지부장을 맡으면서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싸워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조합원은 “홍 지부장이 사장이 된다면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일자리가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KBS를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미라 지부장은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9년부터 KBS의 시청자 상담실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 7월 비정규직보호법 발효시기에 KBS로부터 해고당했다. 이에 홍 지부장은 지난 9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계약직지부 지부장으로 취임하며 KBS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KBS 사장 응모는 10일(오늘)로 종료되며 사장추천위원회에서 13~14일 이틀 동안 후보자들의 서류 심사를 통해 5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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