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끌려 간 최상재, 또 다시 끌고 간 경찰

우리가 순진했던 것일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어제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스무여명의 언론노조 지본부장과 시민사회단체 운동가들은 체포와 구금에 대해서 전혀 대비가 없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과 박석운 민언련 대표가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식농성을 준비하고 시작했던 것이다. 이미 최위원장의 단식농성이 지난 수요일부터 시작됐고, 어제 끌려갈 때까지 6일째 굶고 있었다. 하지만 체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 지난 9일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최상재 위원장ⓒ언론노조

왜냐면 여전히 우리는 이명박정권에 대해서 '상식과 금도'에 대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결과론적으로 '기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집회및 시위에관한 법률' 소위 집시법으로 단식농성장을 침탈하리라는 예측은 꿈에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지난 수요일부터 어제 수준의 농성장 대오는 유지하고 있었다. 체포 당시에도 5-6명의 단식농성자들이 있었을 뿐이었고, 이렇게 5-6명 정도는 지난 주 내내 있었던 일이었다. 한데 이들은 어제따라 최위원장의 단식농성을 불법이라며 강제로 끌고 가버린 것이다.

당혹스럽다.

한국민주주의의 수준을 너무 높게 책정했고, 한국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명박정권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한 오류를 어제 최위원장과 박대표의 체포를 통해서 뼈저리게 인식한다. 지난 2년여, 용산참사 4대강죽이기에 이어 언론악법 날치기 등으로 충분히 수준을 파악하고 대비한 싸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으로 언제든지 핵심간부들을 체포해 갈 수 있는 정권임을 예측하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가 저들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언제든지 유린당할 수 있음을 미리 알아채고 대비하지 못한 우리들의 불철저함이 1차적 책임일 수밖에 없음을 실토한다.

하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충분히 대비못함에 대한 반성보다는 민주국가에서의 '상식과 금도'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와 믿음마저 저버린 저들 이명박정권과 그 하수인들의 '몰상식과 반헌법적 행태'에 소름이 돋듯 혐오감이 인다.

정권의 주구로 자처하는 경찰의 작태를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닌데, 다시 한 번 치떨며 어제의 현장을 기억해 둔다.

마지막으로, 저들 경찰은 단식농성장에서 두 사람 이상이면 해산명령을 내리고 다시 잡아갈 듯 위협을 하더니, 민주당 국회의원직을 내던지고 거리로 뛰쳐 나온 최문순 의원이 2사람까지는 단식농성장을 지키게 해 달라는 부탁 한 마디에, 두 사람의 체포 후에 1인 시위가 아닌 2인 시위까지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들의 잣대가 다시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못난 궁금증임을 잘 안다. 이명박정권과 경찰은 잣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분에 따라 감정에 따라 법을 적용시키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도 체포하라'며 어제 기자회견 후 단식농성장을 지킨 필자와 민언련 김유진 사무처장에게 해산명령을 두 번이나 내리며 체포할 듯 하다가 최문순 의원과 몇 마디 상의한 후 경찰관들을 차 안으로 철수시킨 남대문경찰서장의 판단은 법적용의 자의성을 어김없이 보여주었지만, 워낙 저들의 법적용이 '지들 기분따라' 들죽날죽이니 굳이 비난거리도 아닌 것이다.

하기야 헌법재판소가 위법 위헌이라고 판결해도 방송법시행령을 확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위법 위헌 소지를 원천제거해야 할 한나라당이 재논의는 없다며 헌재판결을 '개무시'하는, 법 알기를 장기판의 졸로 아는 판이니, 경찰서장이 기분따라 내키는 대로 법적용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을 어찌 나무라겠는가. 단지 역사에 기록하고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할 수있는 만큼 저항할 뿐이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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