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인사권을 행사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몫의 방통위원을 황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방통위원회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 각 1명을 지명하고, 여당이 위원 1명, 야당이 위원 2명을 각각 추천해 임명한다. 현재 방통위원 5명 중 김재홍 부위원장과 이기주 위원, 김석진 위원은 3월 26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4월 7일, 고삼석 위원은 6월 8일 각각 임기가 종료된다.

3월 임기가 종료되는 3인의 방통위원의 경우 김재홍 부위원장은 야당 추천, 김석진 위원은 여당 추천, 이기주 위원은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이다. 그런데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기주 위원의 후임으로 석제범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방통위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직후부터 황교안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 범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적어도 장·차관급 인사만큼은 황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선고되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황교안 권한대행이 무리하게 차관급인 방통위원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방통위원 인선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오는 3월 26일로 임기가 종료되는 이기주 위원 후임 임명을 위해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탄핵 사태로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정부에서 차기 정부 임기와 같이 할 방통위원을 임명하려는 것은 차기 정부 인사권에 대한 알박기 시도이며 뻔뻔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더욱이 현재 황교안 권한대행이 검토 중인 차기 방통위원 후보가 현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하니, 임기 말 '청와대 낙하산'"이라고 꼬집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추천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당 추천 몫 김석진 위원의 유임안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지난 3월 2일 집권여당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김석진 위원에 대해서도 임명장 수여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이미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었고, 국민의당 등 구 야권이 집권할 경우 여야 추천 위원 간의 신분과 지위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권한대행은 여당, 야당 그리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사권에 대해 일체의 임명을 중단하고, 5월 10일 온 국민의 뜻에 따라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이임하라"고 촉구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방통위원 인선에 빌미를 준 것은 야당의 방통위원 추천 강행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여야 원내대표단은 방통위원 인선을 두고 김석진 위원 몫은 자유당, 이기주 위원 몫은 황교안 권한대행, 김재홍 부위원장 몫은 민주당, 고삼석 위원 몫은 국민의당, 최성준 위원장 몫은 차기정부에서 임명하는 것을 합의했다.

당시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방통위원 지명설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황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인정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미디어스 취재 결과 원내수석부대표 간 구두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야당 내부에서 방통위원 인선을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합의에 따라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김재홍 부위원장 후임 추천 절차를 강행했다. 그러나 우상호 원내대표 측근 인사 사전 내정설 등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방통위원 추천 절차는 전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자유당이 추천한 김석진 위원의 유임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방통위원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야당이 잘못된 합의로 방통위원 인선의 빌미만 줬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 몫은 지명이고,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음주 24일까지는 임명을 끝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져서 우려가 많다"면서 "정치상황 상 차관급인 방통위원의 경우에는 임기가 종료되면 더 이상 추가적인 임명을 보류했다가 차기정부에서 인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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