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인명 사전이 8일 발간 됐다. 친일 인명 사전에 창업주가 나란히 등재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친일 인명 사전에 대한 비난과 색깔론에 열 올리고 있다.

1965년 창간돼 친일 인명 사전에서 자유로운 중앙일보의 태도는 흥미롭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사전 발간 사실을 전하는 한편 문화면인 39면을 통털어 대표적인 친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당 서정주를 찬양하고 옹호하는 기사를 실었다. 친일 사전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수적인 시각을 기술적(?)으로 잘 드러낸 것.

인촌의 등재에 맹비난하는 동아일보, “일방적으로 짜집기한 ‘친일행적’”

친일사전 발간을 가장 비난하는 언론사는 동아일보이다. 동아일보 창업주 가운데 한명이고, 2대 사장을 지낸 인촌 김성수의 이름이 사전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인촌의 이름이 친일사전에 이름을 올린 것에 매우 분노하고 있는 기색이다.

인촌에 대해 친일 인명사전은 그가 3ㆍ1 운동에 참가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37년 이후 보성학교 교장에 취임한 뒤, 중-일 전쟁을 홍보하는 시국강연을 하고, 43년 <매일신보>에 쓴 글에서 일본군 입대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난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일방적으로 짜집기한 ‘친일행적’이 실려있다”며 “대한민국 정통성, 정체성 구축에 기여한 인사들에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형태를 여지없이 드러낸다”고 비난했다. 사설에서 가장 먼저 면죄부를 주려했더거론된 인물은 다름 아닌 “인촌 김성수 전 부통령”이다.

동아일보는 “매일신보 등에 인촌 이름으로 게재된 징병 권고문”을 오히려 “(일제가)조선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을 전쟁 동원에 앞세우기 위해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는 인촌이 항일독립운동을 지원한 사실을 신뢰성 높은 증언들에도 불구하고 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사설에서 인촌이 동아일보 창업자라는 언급은 없다. 한편 동아일보의 현 사장인 김재호는 인촌의 증손자다.

친일사전에 색깔칠한 조선일보, “한반도가 그려진 배지를 단 사람도 상당수 섞여”

조선일보도 친일사전에 대해 <대한민국 전통성을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 대회>사설을 통해 비난했다. 조선일보 사설의 특성은 친일사전의 색깔론이다. 사전의 내용에 대한 비판 보다는 색깔론으로 사전의 정당성을 실추시켰다.

조선일보는 ‘친일인명사전 보고대회’에 대해, “입구 길바닥엔 ‘박정희는 친일잔당’ ‘다카기마사오(박정희) 일본 육군 소좌를 국립현충원에서 추방하라’ 같은 붉은 색 구호들이 쓰여있다”며, “한반도가 그려진 배지를 단 사람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고 밝혔다. 또 조선일보는 “사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국민세금 8억원이나 지원했다”며, “아까운 국민 세금이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갉아먹는데 쓰인 꼴”이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 갑작스런 미당에 대한 흠모?

중앙일보는 정면에서 비판한 조선ㆍ동아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대표적인 친일 시인인 미당 서정주를 찬양하면서 “역사”가 아니라 “사람과 문학”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중앙일보는 39면 전면에 ‘미당문학제’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고, 신경림 시인의 입을 빌어 “역사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문학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백일장에 입상한 학생의 부모의 인터뷰를 통해, “누구라도 일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기 어려웠을 텐데 서정주 시인이 친일의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친일해도 업적이 훌륭하면 용서가 된다는 논리를 문화면 한 면을 통해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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