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종상영화제가 끝났다. 후보선정에 논란이 있었던 여우주연상의 영예는 <님은 먼 곳에>의 수애씨에게 돌아갔다. 물론 여우주연상으로 <마더>의 김혜자씨가 유력했고, <님은 먼 곳에>는 개봉시기가 1년 전이라는 점에서 다시 말이 나오고 있지만 영화 <님은 먼 곳에>를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서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수애씨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단 뜻이다. 먼저 이 점을 분명히 밝혀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애씨의 수상은 후보선정 공정성 논란으로 그 빛이 바라고 말았다.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지만 이미 공정성에서 논란이 된 대종상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수상자의 격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대종상에서 수상한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 씨도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2009 대종상 영화 공정성 논란

▲ '내 사랑 내곁에' 포스터의 하지원

다들 내용을 알겠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대종상 수상후보들이 발표됐는데 여우주연상 후보에 ‘하지원’이란 이름이 빠졌던 것이다. <해운대>와 <내사랑내곁에>로 2009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하지원이기에 당연히 여우주연상 후보 정도에는 쉽게 안착했을 거라 생각했던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불똥이 튄 곳은 엉뚱하게도 ‘장나라’다.

<하늘과 바다>라는 영화를 찍은 장나라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었던 것. 그러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였기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장나라’에 불똥이 튄 것은 역시나 하지원이란 배우가 후보에 이름이 올라가지 못했던 반사적 불이익이라 볼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 또한 장나라란 배우가 연기를 못하기 때문이라고는 제기하지 않았다.

주최측에서는 하지원씨가 <해운대>와 <내사랑내곁에>로 표가 갈리면서 떨어진 것이며, <하늘과 바다>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후보기준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표가 갈렸다고 하더라도 연기 잘하는 하지원이 후보에 오르지도 못한 대종상 기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종상 뿐 아니라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 연기대상, 대중음악상 등에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방송사의 연기·연예·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나타난 논란들

지난 해 2008 MBC 연기대상에서 ‘김명민’이란 이름이 딱 지금의 ‘하지원’과 같은 격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MBC에서 방영됐던 <에덴의 동쪽>과 <베토벤바이러스>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주연을 맡았던 송승헌씨와 김명민씨 중 누가 대상을 받게 될지 관심이었으며 연기력 부분에서 김명민이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우세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송승헌씨가 수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김명민씨가 시상식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붙었다. 결국 MBC는 참으로 어정쩡하게 공동대상으로 시상식을 마무리했다.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12월 말 시상식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람으로서 공동대상에 대한 기억이 또 하나 있다. 2001년 SBS 연기대상이 그것이다. 당시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을 맡았던 강수연씨와 문정왕후 역을 맡았던 전인화씨 둘 중 누가 대상을 탈 것인가가 관심이었다. 살 떨리는 명품 연기를 선보였었던 전인화씨였던 터라 네티즌들은 당연히 그가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는 이례적으로 공동 대상을 결정했다. 당시 공동대상을 줄 수 있느냐는 논란이 되면서 SBS가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했던 강수연씨와의 출연합의를 하면서 대상수상을 약속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미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다.

▲ 대종영화제 홈페이지

이 뿐일까? KBS 연예대상은 2006년 2007년 연이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의 대상은 탁재훈씨. 2006년 <상상플러스>에서 여러 유행어를 만들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탁재훈씨였으나 그 해 대상수상에는 실패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연예대상이 전직가수였던 탁재훈씨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지만 2007년 연예대상을 탁재훈씨가 받으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이때는 상황이 역전돼 탁재훈 씨가 대상을 받을 만했냐는 논란이었다. 2007년 탁재훈 씨는 KBS에서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1박2일>의 강호동씨나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씨 둘 중 한 명이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네티즌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때문에 결국 2006년에 주지 못했던 상을 1년 뒤에 준 것이 아니냐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음악대상도 시상 논란이 되긴 마찬가지다. 2006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당해 큰 인기를 모았던 SG워너비가 10대 가수상을 거부했던 것이다. 이유는 MBC에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는데 MBC에서 주는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아와 동방신기도 해외 공연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자 MBC는 결국 시상이 아닌 축제로 변환시켜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지상파 3사는 2007년부터는 아예 시상식 대신 한 해 활발한 활동을 벌인 가수들이 참여하는 무대로 바꿔 진행해오고 있다.

▲ 2008년 시상에서 논란이 됐었던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과 '베토벤바이러스'의 김명민ⓒMBC

공정성 잃은 시상식 당신의 선택은?

2008년은 대중음악에서 빅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이 세곡이 연속 ‘빅’히트 쳤다. 무난하게 이들에게 대상이 돌아갈 거라고 점쳐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음반을 낸 동방신기가 50만장을 넘어서는 음반판매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런 초미의 관심이었던 이 두 그룹. 그러나 골든디스크상에서 동방신기가 대상을 수상했다. 물론 이 같은 결정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음반판매량을 큰 비중으로 보는 골든디스크상이고 동방신기가 훌륭한 가수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었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2008년은 빅뱅의 해였다고만 이야기를 할 뿐.

자 어떤가.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장윤정과 박현빈을 보유한 인우기획이 시상식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M.net의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불참을 선언한 데에 이어, SM 엔터테인먼트도 같은 이유로 소속 가수인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의 불참의사를 밝혔다. 올해 시상식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본격화 된 것이다.

시상식의 권위가 없으니 참여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들도 다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네티즌이 생각하는 대상과 실제 이를 수상하는 사람의 차이가 발생할 때 과연 누가 승자일까?

다시 대종상으로 가보자. 그런 의미에서 대종상의 진정한 승자는 ‘하지원’인 듯싶다. 권위를 잃은 대종상에서 배제되는 한편 네티즌들은 ‘하지원’이 왜 떨어졌냐며 그의 연기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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