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국회의원 심의표결권이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피청구인인 김형오 국회의장과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언론법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성 여부에 대해 재판관들은 ‘위법 부분에 대한 사후 조치는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했지만 현재 언론법의 위법 여부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없다.

“책임지겠다”던 김형오 국회의장은 되레 야당을 향해 “승복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의장은 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은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라”며 “이번 헌재의 심판은 야당 스스로 제기한 소송이었지만 패소한 것으로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겸허히 승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위법’을 인정하지 않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헌재 결정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디어법은 애초부터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산업발전을 촉진하려는 미디어산업 발전법”이라며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 도입 논의를 위한 TFT출범 △방송법 시행령 작업 착수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출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방통위는 지난 2일 종합편성채널 의무 재전송 등을 포함한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위법 방송법 후속조치 중단 촉구 및 방통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언론노조 “방통위, 위법 시정하지 않고 있어”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언론악법의 위법이 확인됐다”며 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위법 방송법 후속조치 중단 촉구 및 방통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는 헌법재판소가 언론관련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이 이 결정을 준수하고 위법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권한쟁의심판 결정의 효력을 명시한 헌법재판소법 제67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최시중 위원장은 모든 후속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사죄하라. 불법 역주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며 최시중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위법이 확인된 방송법의 위법성을 우선 시정하지 않고 시행령을 의결하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간 것은 헌법재판소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스스로 탄핵사유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 5항은 ‘국회는 위원장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단식 투쟁에 돌입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여기, 방통위에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도, 한나라당도 밉지만 가장 답답한 집단은 여기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다. 1년9개월 전,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내야 하는 인물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방통위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계속 방송법 시행령을 추진한다면 방통위 점거 농성에 들어간다.”

황성철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종합편성채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을 만드는 등 노골적인 방송 장악 시도를 하고 있다”며 “종합편성채널이 추진되면 지역에 있는 여론의 다양성, 지역성, 지역 경제 등은 다 죽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 의원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천정배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날치기 대리투표, 재투표가 위법하다고 분명 확인했는데도 오늘 김형오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가 (위법에 대한) 시정 여부를 판단하라고 한 것이지 시정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진짜 도둑놈과 같은 소리”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뿐 아니라 방통위 모든 구성원들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야 하지만 방통위는 아예 끝난 것처럼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하고 관련 TF팀을 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세환 의원도 “헌법재판소가 비겁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더 잘못하고 있는 이들은 ‘잘못된 부분을 밀어 붙이겠다’고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이 사태가 계속 흘러가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 도중, 사회를 보던 탁종렬 언론노조 교육선전실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장 주변에 있던 경찰 때문이었다. 그는 채증을 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호 외쳤다고 자꾸 집회라고 하는데 기자회견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합법적으로 집회하고 싶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합법적으로 집회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냐? 경찰이 직접 알려줘봐라.”

▲ 경찰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한 연행을 시도하고 있다. ⓒ시사IN

언론노조,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고발 예정

한편, 언론노조는 경찰이 지난 5일 밤 단식농성중인 최상재 위원장을 연행하려 시도한 것과 농성 물품을 압수한 것과 관련해 남대문경찰서 박창호 경비과장을 고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일 밤 7시 30분경, 경찰은 최 위원장의 단식농성장을 강제 철거했으며, 최 위원장에 대한 강제 연행을 시도했으나 시민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연행을 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손팻말이 많아서 집회로 간주한다”고 밝혔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은 매트, 침낭, 의자, 판넬, 보온병, 스피커 2개, 방석 5개 등 물품을 압수해갔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당시 사건 현장을 지휘한 박창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을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불법 압수, 특수절도죄 등의 혐의로 늦어도 오는 9일까지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불법 집회가 아닌 명백한 1인 시위였음에도 경찰이 문제를 삼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체포과정에서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현행범에 한 해 가능한 긴급체포라 할지라도 1인 시위의 경우 현행범으로 볼 수 없고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영장이 없이 압수할 수 없는데에도 압수해갔고, 20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다시 되돌려 주지 않고 있으며, 압수 목록도 밝히고 있지 않는 등 돌려줄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특수절도죄로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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