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16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을 불러 <MBC 스페셜> ‘불방’ 논란에 대해 소명을 듣기로 결정했다.

방문진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해당 방송이 어떤 이유로 불방이 됐는지 해당 본부장의 소명을 들어보자”며 이 같이 결정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미디어스)

<MBC 스페셜> ‘탄핵’ 편은 지난 13일 저녁 방송이 예정돼 있었으나 해당 방송은 불방 됐고 담당 PD가 비제작부서로 전보됐다. 해당 방송은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이 시작돼 3개월 가까이 준비됐지만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현 목포 MBC 사장)의 지시로 돌연 편성이 취소됐다.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담당 PD는 지난해 12월 제작 부장과 국장에게 해당 아이템 제작을 보고했고, 부장과 국장은 “김현종 부장이 제작을 승인했다”며 제작 진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김 전 본부장이 지난 2월 돌연 제작 중단을 지시했고, 3월 초 후임으로 온 김도인 본부장도 “인수인계 받은 것이 없고, 아이템의 방송은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담당 PD는 지난 10일 인사발령에서 MBC 내 대표적인 ‘유배지’로 불리는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됐다. 또 3개월가량 준비해왔던 <MBC스페셜> ‘탄핵’ 편이 돌연 취소되면서 13일 방송은 '농부의 탄생-열혈 남한정착기' 편으로 대체됐다.

이날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가 해당 사건에 대해 소명을 들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송 편성의 개입일 수 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소명을 듣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등을 이유를 대며 거부했다. 야당 추천 이완기·유기철 이사들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며 소명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을 불러 소명을 듣기로 결정했다. 김 본부장은 다음달 6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 소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비제작부서로 인사 발령된 담당 PD도 불러 얘기를 듣자고 제안했으나 고영주 이사장이 "편성본부장이 와서 먼저 해당 사안에 대해 소명을 한 뒤, 그래도 의문점이 남으면 그때가서 다시 논의해보자"고 반대,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 13일 '농부의 탄생 – 열혈 남한정착기' 편 예고편 갈무리.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방송사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의 MBC 상황에서 ‘탄핵’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준비가 본부장에게 보고도 없이 3개월 가까이 진행됐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무엇이 두려워 시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방송 제작을 막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고 받은 적 없다’는 본부장의 한 마디로 3개월을 준비한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은 방송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MBC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헌정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파면됐다. 방송제작자라면 이 역사적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MBC는 공연방송사로서 역사에 대한 기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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