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국제조약에 우리나라 대표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장애인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그 이유와 대안을 <공개질의서>를 통해 물었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WBU, World Blind Union)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에 책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 등을 위해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조약을 제안했다. 이 기구에 참석한 우리나라 대표부가 조약안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국제조약’ 외의 다른 대안을 논의해야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보공유연대(IPLeft)와 장애인차별금지연대는 문화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한국 대표는 시각 장애인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증진시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지를 하면서도, 조약을 협의하는 것보다는 많은 대안적인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조약을 논의하는 것보다 대안적인 해법을 먼저 고려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또 질의서는 문화부와 WIPO 한국 대표단이 “조약의 체결에 대한 명백한 지지 의사를 표명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최해윤 저작권정책과 사무관은 “조약 뿐 아니라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한다고 한 것은 조약을 채결하는데 10여년이 걸리기 때문”이라며, 다른 대안으로서 “상대적으로 논의가 쉽고 빠른 ‘권고안’ 등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 사무관은 “우리나라 시각장애인협회 등으로 부터 어떠한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관련 “이익단체와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공유연대 오병일 활동가는 “후진국에서는 조약에 적극적인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조약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외교가 대개 미국을 따라 가고 있기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문화부는 조약화하는 것에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조약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며 “논의를 통해 조약에 대한 문화부의 입장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공유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공개질의서>에 통해 문화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면담을 신청하는 등 논의를 해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맹인, 시각장애인, 그리고 기타 독서 장애인의 접근 향상을 위한 WIPO 조약(WIPO Treaty for Improved Access for Blind, Visually Impaired and other Reading Disabled Persons)”안에 대한 정보공유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질의서 전문이다.

[공개질의서] 문광부는 WIPO조약을 알고 계십니까

지난 2009년 5월 25일~29일 개최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상설위원회(SCCR, STANDING COMMITTEE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제18차 회의에서 브라질, 에쿠아도르, 파라과이는 세계시각장애인연합(WBU)이 입안안 “맹인, 시각장애인, 그리고 기타 독서 장애인의 접근 향상을 위한 WIPO 조약(WIPO Treaty for Improved Access for Blind, Visually Impaired and other Reading Disabled Persons)”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시각장애인 등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 제한됨으로 인해 자기 계발과 사회 참여에 많은 제약을 겪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등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지식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은 시각장애인 등의 정당한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부 국가에서는 저작권의 제한과 예외 규정을 통해 저작물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국가마다 제한과 예외 규정이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전 세계 저작물에 원활하게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저작권의 제한과 예외와 관련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저작권 시스템 내에서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할 것입니다.

동 조약안과 관련하여 귀 부서의 입장에 대해 몇 가지 질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1) 제18차 SCCR 회의에서 한국 대표는 시각 장애인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증진시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지를 하면서도, 조약을 협의하는 것보다는 많은 대안적인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 그리고 국가 간에 시각장애인 등의 정보 접근성을‘효과적으로’그리고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방식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적인 해법으로 어떤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2) 귀 부와 WIPO 한국 대표단이 WIPO SCCR 회의에서 동 조약을 논의하는 것보다 대안적인 해법을 먼저 고려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저작권법 정책의 주무부처로서 귀 부는 동 조약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를 한 바가 있는지요? 동 조약에 대한 해석 및 평가에 대해 연구?검토하신 결과가 있다면, 공개하실 수 있는지요?

(4) 저작권법 정책의 주무부처로서 귀 부는 동 조약이 국내 저작권법과 충돌한다고 보시는지요? 혹은 국내 저작권법이 동 조약을 수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보시는지요?

(5) 시각 장애인 등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과 제18차 SCCR 회의에서 제안된 동조약을 만드는 것이 병행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각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왔으며, WIPO 내에서도 이미 2003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와 관련된 저작권법 상 규정을 이미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조약의 성안을 위한 논의가 늦추어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귀 부와 WIPO 한국 대표단이 동 조약의 체결에 대한 명백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실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정보공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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