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독 그들에게 잔혹한 시대다.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지가 늘어가다가 세기도 지쳐 N포세대가 되어버린 그들.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강요받게 되는 아픈 현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염장을 뒤집어 놓는 개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찌질하고 모양 빠지지만, 끝이 보이지 않지만 이 긴 터널의 끝이 있을 거라는 굳은 신념 하나로 버텨내야 하는 청춘들의 쓰디쓴 비망록이 펼쳐질 듯하다. 그래도 그 고통스러운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절망할 힘 말고는 없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저절로 빨려드는 그것, 사랑뿐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경우라면 기승전연애도 조금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자체발광 오피스>

세 청춘이 있다. 그들의 성을 줄 세우면 은장도가 된다. 은호원, 장강호, 도기택. 어찌어찌 대학들은 졸업했지만 이런저런 약점으로 몇 년째 취업을 못하는 것은 사실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당연히 애인은 돌아서고, 집에서 구박을 받는 정도를 또 새삼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한 친구는 좀 특별하다.

은호원(고아성)으로서는 100번째 면접이었기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합격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쟁자들과 달리 빼어난 스펙이 없다면 인내라고 보여주겠다며 면접장 한쪽 구석에서 서서 기다리는 수모도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은호원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격 문자. 이번에는 면접관으로부터 칭찬 비슷한 것도 들었기 때문에 합격을 확신했었다. 아니 꼭 합격을 해야 했기에 확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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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한 은호원은 한강다리에 올라섰다. 하필 그때 걸려온 야간알바 사장의 전화. 툭하면 초과근무를 시키면서도 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장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늦는 꼴은 절대 못 보는 사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소라면 미안하다고, 빨리 가겠다고 머리를 조아리겠지만 오늘만은, 다 포기하고 싶은 오늘만은 사장에게 버럭하고 대들고 싶었다.

그러나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필 그 한 번의 버럭에 그만 중심을 잃고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운이 다하지는 않았던지 구조가 됐고, 멀쩡하게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문제가 생겼다. 6개월 시한부라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그 기가 막힌 상황도 아직은 나중 문제다. 6개월이나 남지 않았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수중에는 달랑 천 원짜리 한 장 뿐이다.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한 호원은 마침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도기택(이동휘)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을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 뒤를 따른 또 한 명 장강호(이호원)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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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고 보니 의사가 말한 자살시도 후 살아난 시한부 환자가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황당하고도 슬픈 인연으로 만나게 된 세 명의 인연은 시쳇말로 웃프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처절하기만 하다. 이렇게 상처 많은 세 청춘이 신생 가구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절묘한 인연들이 맞닥뜨리게 될 상황들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힐지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슬프게 시작해놓고 얼마나 웃길지 그게 또 문제다. 울다가 웃다가 정신없는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의 흥분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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