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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민투표 합의, 갑자기 왜 했나김종인 구상으로 강화되는 원심력, 지지율은 0.9% 나와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3.15 12:22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 3당이 대선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데 15일 합의했다.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선 먼저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해 본회의 의결을 마쳐야 한다. 개헌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한 정당들은 이번 주 중에 단일안을 발의하겠다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협력해야 가능한 일정이라는 거다. 이날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들의 합의를 두고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일”이라면서 “작은 법 하나도 4당 합의 안 되면 안 되는 국회에서 3당 합의로 개헌 같은 큰일을 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또 대선과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면 개헌의 내용이 이번 대선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면서 “어차피 이번 대선에 적용할 수 없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4당이 합의하는 게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섭단체 3당은 민주당의 이른바 개헌파 의원들이 개헌안의 내용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은 그간 대선 전 개헌 논의에 대한 거부감과 경계심을 표출해왔다. 일정상 가능하지 않고 실익이 없는데다 ‘반문연대’ 등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은 정계개편 논의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오른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개헌안 관련 논의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주자들의 개헌의 내용에 대한 의견 차도 이런 입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보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일부 대권주자를 제외하고 정치권이 대략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개헌안은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의 형태를 띄고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볼만 하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성인남녀 2천4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5.8%는 대선 이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전에 개헌을 하자는 응답은 32.7%였고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0.3%였다.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응답이다. 전체 응답자의 42.8%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적절한 권력 형태로 꼽은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20.3%, 의원내각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5.1%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보면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개헌 논의는 다소 국민의 여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섭단체 3당이 개헌 국민투표 일정에 합의한 이유는 결국 일종의 정치공학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김종인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서 추진하고 있는 ‘비패권지대’와 같은 것들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그간 ‘순교’를 언급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김종인 전 의원이 명확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구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결국 포인트는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것이 최저선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김종인 전 의원은 ‘개헌을 위해 의원직을 내던진 순교자’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

물론 김종인 전 의원이 이 정도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여의도 근처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이날 복수의 언론은 김종인 전 의원이 전담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카오톡 그룹 대화방을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김종인 전 의원은 그간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행보가 결국 제3지대 정계개편을 통해 스스로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을 시사한 거 아니냐는 해석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원외정당인 '우리미래'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의원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국민의당 손학규 전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함께하는 조찬모임을 16일 추진한 것에도 이런 해석을 덧붙여볼 수 있다. 단순히 개헌과 관련된 사안을 합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기 보다는 당 지도부가 아닌 대권주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또 다른 쟁점을 논하기 위해 만든 자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제3지대에서의 원샷 경선’이라는 구상이 전제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대권주자가 모여 ‘개헌’에 대한 합의를 고리로 한 번에 경선을 실시해 단일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집권 가능성이 낮은 상태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서는 이런 구상에 일부 동조할 여지가 있다. 두 당이 모두 ‘경선 일정’에 대해 내홍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국민의당의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자당 후보를 확정할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 할 것인지가 쟁점이 돼왔다. 이들은 다음달 5일 후보를 확정하기로 정한 상태지만 애초 다음달 2일에 확정하자는 주장을 펼쳐온 안철수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양측 입장을 절충해 4일로 일정을 변경할 뜻을 밝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손학규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김종인 전 의원 구상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을 포괄해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종인 전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직후 손학규 전 의원을 만나 오찬을 함께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안철수 의원은 상대적으로 제3지대론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굳이 그러한 구상이 없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상태에서 정권교체론이 약화되면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지도부가 사퇴한 상황에서, 김종인 전 의원이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김무성 의원 등판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보수후보 적합도 1위를 근거로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짜고 싶어하는 유승민 의원으로서는 이런 흐름은 경계할만하다. 특히 김무성 의원에 가까운 인사들이 남경필 지사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이러한 경계심을 부채질 하고 있다. 14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 측 인사들과 김무성 의원 쪽 인사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두 정당의 혼란은 김종인 전 의원이 만들어낸 원심력이 작용한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 원심력이 강화되고 유지된다면 제3지대 정계개편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원심력이 언제까지 영향력을 발휘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김종인 전 의원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언급된 이후 16일 조찬회동은 취소되는 분위기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손학규 전 의원 등이 모두 경선 일정 등을 핑계로 불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연동하자는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쨌든 제3지대 정계개편론의 불씨를 키워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대립각을 강화해야 대선 구도를 짜는데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의 이유로 단지 대선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제3지대 정계개편이 현실이 될 것인가는 여전히 안갯 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일부 인사들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못한 것을 김종인 전 의원이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SBS가 여론조사전문업체 <칸타퍼플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유무선 임의전화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종인 전 의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0.9%에 불과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1.1%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게 ‘비패권지대’ 구상에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국민이 원하는 것이 그게 아니라는 것인지를 해석하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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