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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의 마이크로네이션, 여왕이라 쓰고 야유라 읽는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3.15 11:09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가상의 국가 혹은 가짜 국가. 진짜가 아닌 마지막 잎새가 희망인 된 것처럼 세상의 모든 가짜가 나쁜 것은 아니다. 3월 14일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한 내용은 딸바보 아버지가 딸을 위해 국가를 만든 ‘초소형 국가체(마이크로네이션)’에 관한 이야기다.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서 지구 반대쪽 사막에서 주인이 없는 작은 땅을 찾아내 국가를 선포했다.

여기까지는 가짜 이야기지만 동화 같기도 할 뿐 딱히 불쾌할 일은 없어 보인다. 세상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민주공화국에서 여왕이 된 누구와는 달리 적어도 도덕적 문제가 없음은 당연하다. 어쨌든 이렇게 개인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국가를 ‘초소형 국가체’라고 부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어쩌면 서울 한복판에도…'마이크로네이션'

농담 같지만 농담은 아닌, 정식 국가로는 인정이 되지 않는 ‘자칭 국가’일 뿐이다. 이런 것도 상식이라면 상식일 것이니 알아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지만 딱히 알아야 할 일도 없다. 이렇듯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이런 상식까지 알게 된 이유는 그러나 좀 불쾌하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어느 초등학교 옆. 며칠 째 술과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막말과 고함으로 소란스러운 곳. 그곳에 본래 살던 주민들이 조용해달라고 요구를 하면 이사를 가라고 하는 막무가내. 왜 이들이 가는 곳에는 늘 이처럼 무질서, 폭력, 막말이 난무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언론보다 빨리 그 골목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또한 의문일 따름이다. 

이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언론은 ‘사저정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유일하게 그것을 ‘자택정치’로 바꿔 부르는 사람이 손석희일 것이다. 파면되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전직 대통령의 끝까지 아름답지 못한 행보에 왠지 근사해 보이는 단어조차 쓰기 싫다는 그 완곡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어쩌면 서울 한복판에도…'마이크로네이션'

그러면서 앵커브리핑이 인용한 것은 의외로 2015년 7월의 조선일보 칼럼이었다. 그러나 제목만 봐도 알 내용이었다.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지난 4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너무도 일관된 유신으로의 회귀였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철저한 역행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대통령직 파면에 이르는 스스로 친 덫이 되고 말았지만 여전히 본인만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자신은 고작 대통령 임기 1년을 잃었지만 그런 자신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이 셋이나 되는데 일주일이 다 되도록 애도도 뭐도 없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어쩌면 서울 한복판에도…'마이크로네이션'

그런 인간적인 말 한 마디는 없었어도 대신에 “헌법에 의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진실로 벽을 쌓은 곳. 그곳엔 공화국에서 여왕이고자 했던 탄핵된 대통령의 미련과 그를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지 권력을 움켜쥐고픈 몇몇 사람들의 욕망이 뒤섞여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그들이 꿈꾸고 있을 모든 것들은 사실상 그 여왕이 망쳐놓은 공화국의 새 출발을 방해할 뿐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이 여왕에게 중요할 리가 없다. “그들이 방치 혹은 부추기고 있는 시위와 폭력, 겁박의 말들”은 수가 줄었지만 계속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 삼성동의 누군가를 향해 손석희는 마이크로네이션의 주인이라고 불렀다. 야유였다. 우리 모두를 대신한 야유였다. 또한 환멸이기도 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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