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궁지에 몰린 정우를 살리기 위해 성규는 자수를 선택했다. 이런 성규의 선택으로 정우는 부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성규의 죽음은 정우의 자유를 되찾게 했다. 그렇게 정우는 악랄한 차민호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답답한 전개 뒤 죽음;
성규의 죽음은 복수를 위한 마지막 반전, 아버지마저 집어삼킨 민호의 몰락

아내와 딸을 죽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정우는 딸의 손을 잡고 검찰에 출석했다. 이로써 정우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의심이 세워지게 되었다. 딸과 함께 자수를 한 정우는 아내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만 밝히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게 되었다.

결정적인 증거인 '피 묻은 칼'이 모든 사실을 밝혀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재벌들에게는 무의미했다. 돈이면 뭐든지 가능한 세상에서 증거 조작 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의 힘은 그렇게 위세를 더하고 있었다. 만능이 등장하면 극의 재미는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있다.

정우는 딸과 함께 자수하며 제출한 증거로 인해 재심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했다. 증거 유실을 우려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배인 최 부장에게 맡길 정도였다. 그리고 검찰 심문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강준혁 검사도 알고 있다는 발언으로 연계성도 언급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작은 복수는 그렇게 시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민호에게는 차명그룹 회장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정우가 검사 시절 민호의 정체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국과수의 증거를 조작한 것도 아버지였다. 민호는 그런 일까지 할 정도는 능력이 되지 못했다. 사람을 위협하고 죽이는 것은 할 수 있어도 증거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기억을 되살려 민호가 선호가 되는 것을 묵인한 아버지의 행동을 눈치 챈 그는 다시 아버지에게 읍소를 한다. 무릎을 꿇고 구해 달라는 민호로 인해 결정적인 증거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국과수에서 증거를 조작해 민호의 피가 묻어있어야 할 칼에는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지문도 아니고 피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는 없다. 민호와 혈액형과 같다고 해도 이는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 없었던 이 '피 묻은 칼'은 그렇게 쓸모없는 증거가 되었다. 문제는 이 증거가 존재가치가 사라지며 정우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단 점이다.

정우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만들었다. 마음의 짐을 지고 있던 성규가 자수를 하며 급반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성규는 자신이 문제의 사건 공범이며 범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진범인 차명그룹 차선호라고 주장하고 나선 성규로 인해 정우는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정우의 옆집으로 이사 간 것 그리고 차선호의 사주로 인해 딸 하연만 데리고 있었던 사실 등이 나오며 민호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호는 성규의 단독 범행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검찰도 없던 CCTV 영상을 준혁에게 제공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자 석이를 시켜 성규를 제거하도록 한다.

검찰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게 어렵지 않다. 경비병을 잠시 자리를 비우게 하고, 열쇠를 열고 들어가 성규를 자살로 위장하는 것 정도는 너무 쉽다. 그렇게 성규는 진범의 누명을 쓰고 사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규의 희생으로 정우가 검찰로 복귀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죽음이 진짜 복수의 시작이 된다.

형까지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민호는 이제는 아버지마저 집어 삼키려 한다. 자신의 죄를 덮어준다면 회사의 분식회계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무죄를 얻은 민호에게 아버지는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탐욕이 가득한 민호는 아버지만 제거하면 차명그룹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차민호의 이런 복수에 발을 맞추듯 건강해 보이던 아버지는 심장병을 알리는 신호를 자꾸 보내고, 그렇게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향하게 되었다. 시청률은 높게 나오지만 <피고인>은 중반을 넘어서며 전개를 위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문제를 대화로 풀어내는 방법은 작가의 한계가 이미 너무 일찍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 번의 이야기로 끝이 나는 <피고인>은 다시 정우의 손으로 정의의 심판이 내려지는 구도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거론되었던 인물들은 그저 주변인으로 전락한 채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각한 남녀 불균형이 고착화된 드라마는 그렇게 드러난 결과를 꼬고 있을 뿐이다. 교도소의 잡범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한 서은혜 변호사는 숨진 윤지수보다 분량이 더 적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의사의 행방도 가끔씩 등장하는 정우의 딸 하연보다도 미약하다. 변수를 품고 다양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여성 캐릭터들은 존재감이 사라진 채 이제 3회만 남겨두게 되었다. 복수는 이뤄지겠지만 결코 시원해지지는 않을 듯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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