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7.11.23 목 17:45
상단여백
HOME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진실, 때로는 비웃어주고 싶은[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3.14 10:43

아마도 세상에서 유일할 것이다. 몇 달 전의 한 마디를 다시 인용하고, 그때 썼다가 지웠던 말을 오늘 다시 하는 등의 이어짐.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은 생물처럼 어떤 하루, 어떤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래에 할 말을 미리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보면 마치 그랬던 것처럼 과거의 말이 현재가 된 그 미래와 맞아떨어진다. 그 절묘한 우연 혹은 필연을 간혹 느끼게 된다. 

3월 12일 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탄핵이 된 전직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도 참 특별했다. 굳이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 가까운 세종로를 피해 굳이 사직터널을 쪽을 택해 본래 살던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앞까지 그냥 들어와도 될 것은 굳이 경호원들을 차량 주변에 배치하고 본인은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실 물색없었던 것은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의 조기 귀가에 '환영'이란 말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화면 갈무리

그런데 차에서 내린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웃었다. 본인 말고는 모든 이들을 당황케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치명적인 말 한 마디를 남겼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탄핵 당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나와야 했던 전직 대통령이 자택에 도착해서 손을 흔들고 웃은 것만큼이나 충격이었다. 

탄핵으로 더는 절망하고 분노할 일이 없기를 바란 시민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전혀 기대치 않은 도발이었다. 이 사람은 항상 그랬다. 한계치를 뛰어넘는 분노 유발의 능력을 보여 왔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이 불쾌감은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날의 앵커브리핑은 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스모킹 건이었던 태블릿피시를 보도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참 가슴에 와 닿았던 멘트였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화면 갈무리

“저희들의 마음 역시 어둡습니다. 뉴스와 절망을 함께 전한 것은 아닌가... 허락하신다면 마무리는 다음과 같이 하겠습니다. 땅 끝이 땅의 시작이다”

맞다. 최순실 게이트의 일등공신인 JTBC <뉴스룸>이 전하는 모든 비정상의 비밀들은 반드시 드러내야 하는 것들이었지만 모든 상상이, 상상 이상의 것들이 현실로 확인되는 그 참담했던 모든 순간들은 동시에 절망일 수밖에 없었다. 분노였다.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이 어떤 보도, 어떤 논평과 달리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을 뉴스 생산자 이전에 우리와 다르지 않은 시민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었던 그 감정들을 잊지 않고 함께 나누려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선동이 될까 무척 저어하면서도 저널리즘의 뒤에 숨지 않는, 펜을 내려놓고 가슴을 드러내는 그 진솔함.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화면 갈무리

3월 13일 월요일의 앵커브리핑도 아마 핵심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헌재에 불복하는 품위 없음도 아니고, 지지자 3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한 마디 애도의 말도 하지 않는 마른 성품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도 오히려 웃고 손을 흔드는 엉뚱함도 아니고, 그냥 비웃고만 싶은 너덜너덜한 감정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말이 공식적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는 손석희로서는 최대한의 분노가 아니었을까 모를 일이다. 

“유행어로까지 번졌던 '진실한 사람', 그는 '깊이 사과드린다'던 담화를 준비하던 그 밤마저 그의 친구와 열 번 이상을 통화하며 담화문 안에 담을 '진실'을 조율했던 모양입니다” 

이 멘트 뒤에 손석희는 '진실은 단순해서 아름답고 단지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지킬 용기뿐이 아니던가…'라는 질문으로 앵커브리핑을 마쳤고, 이날의 엔딩 뮤직은 권진원의 <그대와 꽃 피운다>였지만 왠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7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