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지난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여고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원인을 한정할 수 없는 많은 문제점이 제기된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가 13일 신도림역 인근 LB휴넷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스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끊은 LB휴넷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LB휴넷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회사가 시간외수당과 퇴직자 인센티브를 착복하고 실적목표를 과고하게 잡아 직원들을 압박한다'는 유서를 남긴 바 있다. LB휴넷은 LG 구씨 가문의 방계 회사로 구본무 LG 회장의 사촌인 구본완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크레딧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기준 창립 6년만에 직원 811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중 새로 입사한 인원은 541명이며 퇴사한 인원은 157명에 달한다. 공채 기수가 200기가 넘어, 2주에 한번 꼴로 사람을 뽑은 셈이다.

115개 시민단체가 지난 1월 발생한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 여학생의 죽음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13일 LG유플러스와 LB휴넷의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LB휴넷)에서 일하던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하지만 LG유플러스와 LB휴넷은 고인의 사망 51일째인 오늘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LB휴넷에서 실시한 현장실습의 문제점으로 사망 학생이 애견학과임에도 전공과 관련 없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한 점을 들었다. 또한 콜센터 경력 10년차도 힘들어하는 소위 '욕받이' 부서로 현장실습생을 발령했다. 해당 업체에 현장실습을 간 학생은 30명에 달하지만 학교와 교육청이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겁 변호사는 “현장실습생들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하며 사망한 학생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LB휴넷·고인·해당학교 교장 3자간에 현장실습계약이 체결됐음에도 LB휴넷이 고인과 이면계약을 다시 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계약에 따르면 1일 7시간 근로 기준 기본금은 160만5000원이지만 실제로 고인이 받은 급여는 1일 8시간 근로 기준 120만원 남짓이었다. 직업교육법 규정상 표준협약에 의한 현장실급 계약은 강행적 효력이 있어 이를 적용하면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또, 그는 ‘고객사 프로모션’ 수당을 1개월 지연 지급해 퇴직월 기준의 고객사 프로모션 수당을 미지급했다는 것과 현장 실습 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학교의 부적절한 산업체 선정과 부실한 현장지도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어 “이 자살의 원인은 회사의 실적 압박으로 당연히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학교도 책임 있으니 (유족들에게)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가 13일 신도림역 인근 LB휴넷 본사 앞에 전시한 추모 엽서. ⓒ미디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된 추모 엽서에는 ‘그곳에는 함부로 말하고 대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 수고했어!’, ‘지금은 조금 편안한가요? 이렇게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어 미안합니다’, ‘노동이 억압으로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장실습생과 관련된 유사 사건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 2015년 경기도 성남의 외식업체 조리부, 2017년 대림산업 협력업체 등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2012년 석정건설, 2014년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2016년 은성 PSD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쓰러졌다.

이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무리한 취업률 경쟁을 중단하고 사고방지책 마련할 것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모든 현장실습 취업 학생의 노동실태 조사 실시와 개선책 마련 ▲정부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해 현장실습 제도 폐지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 도출할 것 ▲노동부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LG유플러스 본사와 LB휴넷 본사, 구로센터, 서초ASP센터, 시흥센터, 전국 교육청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LG유플러스와 LB휴넷의 근로기준법, 직업 교육법 등 위반을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