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헌정사상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탄핵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이후의 대통령은 또 다른 이유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또 분노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잘못을 떠나 탄핵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었다면 헌재판결을 수용한다는 간단한 메시지 정도는 내놓아야만 했다. 아니 그 이전에 탄핵판결 당일 자신을 위한 반대시위 도중에 목숨을 잃은 지지자 3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애도의 표시라도 했어야 했다. 그것은 대통령도 아닌, 다만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탄핵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원칙대로 잘못 뽑은 권력자를 시민들의 힘으로 쫓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민들의 가슴 속에 자괴감과 수치심은 여전하다. 마지막까지 대통령이라는 어떤 위인에 가깝거나 혹은 그러려는 척조차 하지 않는 극도로 이기적인 태도에는 이제 분노도 아까울 지경이다.

지난주에 이어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아주 절묘하게도 ‘민주주의가 무엇이냐’는 주제 강연을 통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낯선 역사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었다. <썰전> 아니 이번 탄핵 정국을 통해서 얽힌 속을 풀어주는 명쾌한 해석과 때로는 매서운 질타로 인기를 한껏 끌고 있는 유시민 작가를 섭외한 것은 시쳇말로 신의 한 수였다.

유시민은 이번 강연을 통해서 한없이 무거운 이번 정국을 민주주의의 진보로 역사에 기록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고민의 시간과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여러 주옥같은 어록들을 남긴 이번 클라스에서 “민주주의는 배신감을 느끼려고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라는 말을 통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여러 복잡한 감정을 조금은 위로해주기도 했다.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또한 유시민은 이번 클라스에서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을 언급했다. ‘시민과 국민’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다. 왜 촛불국민이 아니라 촛불시민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구분하기 좀 헷갈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유시민의 짧은 설명 하나로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었다.

유시민은 “적극적으로 권리, 의무를 이행해야 얻는 자격이 바로 시민”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 의무와 권리 중에서도 정치적 참여의 의미가 더 크다. 20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에 연 인원 1600만이 참여했다. 스무 번을 항상 참여한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매번 다른 얼굴들로 광장의 촛불이 채워졌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촛불이 결국 어둠을 이긴 빛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시민은 이를 민주주의의 세 차원이라면서 원칙, 제도, 의식 등으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했고, 그것은 방송을 통해서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민주주의에 대해서, 정의에 대해서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이유도 있다. 너무도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기” 때문이다.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현실로 돌아와 본다면 우리는 우리들의 수준보다 낮은 정부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잘못된 선택을 시민들의 지속적 참여로 되돌렸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진도는 아직 한참을 더 가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민주주의와 정의의 수준을 계속 높여야 하고, <차이나는 클라스>나 <말하는대로> 같은 프로그램들이 거기에 작더라도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받습니다’라는 콘셉트는 아직 살리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의도가 소크라테스의 교실처럼 문답을 통한 스터디 수준으로 간다는 것이었는데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로서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질문을 ‘추가’하는 수준이다. 형식을 극복하고 진정 날카로운 질문에 강연자가 땀을 뺄 정도가 된다면 더욱 흥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기 위해서는 패널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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