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도입법안이 현실화됐다. 국회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심사소위에서 올라온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안(이하 인터넷방송사업법)’을 방통특위의 안으로 채택했다. 방통특위에 상정된 7개의 IPTV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토의하지 않기로 했다. 인터넷방송사업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대선 등 정치적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통과가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인터넷방송사업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수차례의 법안심사소위가 개최됐다. 20일 법안심사소위는 하루에 두 차례의 법률조문 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특히 법안심사소위에서 올라온 안이 전체회의 축조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삽입 되는 등 법률제정 과정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루 동안 법안심사소위의 초안이 수정되고 전체회의 축조심사 과정에서 중요 조항이 삽입되는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충분히 검토 후 처리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특위 위원을 사퇴하기도 했다.

▲ 한겨레 11월21일자 25면.
케이블업계에서 주장한 IPTV 자회사 분리 문제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번 처리과정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함께 논의된 방통융합기구설치법과 맞물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대리전 양상을 띤 게 사실이다. 인터넷방송사업법이라는 제 3의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 IPTV를 도입키로 했으며 특별법엔 기존 방송위와 정통부의 소관 업무가 공존하고 있다. 국회 방통특위가 한 부처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업무가 양쪽으로 나눠져 합의가 안 될 경우, 이 법을 만든 취지가 없어진다”며 “이 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부칙에 별도의 관련 규칙을 포함시키자”라고 제안했지만 ‘두고 보자’라는 의원들의 입장이 우세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통특위는 기구설치법 처리라는 부담을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송정책권의 정부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이 맞섰기 때문이다. 국회 방통특위는 23일 올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일정을 잡아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며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방통특위 일정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웅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적어도 3개월 연장을 건의하겠다”며 “질질 끌겠다는 것은 아니며 임무를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 방통특위의 기구설치법 처리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팽팽한 이견은 둘째 문제다. 다가올 12월 대선과 내년 치러질 총선으로 향하는 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구설치법 논의의 근본적인 원동력이 사라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IPTV 법제화가 기구개편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한시적 특별법과 그에 따른 시행령 제정을 통해 IPTV 도입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또한 그 동안 진행된 기구개편 논의로 인한 갈등 등을 고려해본다면 당분간은 기구통합 보다 방송위와 정통부의 소관 업무가 공존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법 제정 절차의 막바지에 이른 인터넷방송사업법안이 무수한 허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IPTV 도입이라는 취지에 국한된 인터넷방송사업법안은 속출하고 있는 뉴미디어를 포괄하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방송사업법안은 실시간방송을 제외한 VOD 중심의 방송서비스를 규정할 단서 조항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VOD 중심의 하나TV는 물론 이동통신사의 유사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 2조에서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을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데이터, 영상, 음성, 음향 및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할 방송’으로 정의했다. 결국 방통융합의 제 현상을 아우르는 법 제정은 기구통합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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