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공영방송 KBS와 MBC가 8일 메인뉴스에 북한·사드 등 안보 관련 이슈를 대거 배치했다. 전날 특검에 쏠린 관심을 북풍으로 돌리며 ‘안보위기감’을 조성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이 나왔지만 변화는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발표와 관련한 보도량도 타사에 비해 적었다. “양대 공영방송사에 보도지침이 작용하는 것”이란 지적이 재차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정을 오는 10일 오전 11시로 확정, 발표했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해 헌재에 넘긴 지 92일 만이다. 국민의 관심과 이목은 헌재의 선고일정·인용여부에 쏠리는 상황이다.

이날 KBS<뉴스9>은 헌재·탄핵과 관련해 3꼭지 보도한 반면, 북한·사드 등 안보 관련 이슈는 11꼭지나 배치했다. MBC<뉴스데스크>는 헌재·탄핵과 관련 4꼭지를, 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등은 2꼭지를 배치했고 북한·사드 관련 이슈는 총 10꼭지 보도했다.

▲지난 8일 KBS<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전날 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사의 보도에 대해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죄상을 감싸고, 안보 불안감을 자극하는 KBS보도 책임자들의 편집 태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특검에 쏠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북풍으로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며 “박근혜 정권에 장악된 양대 공영 방송사만 비슷한 편집을 보여준다는 것은 유무형의 보도지침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도 했다. 두 공영방송이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에도 어김없이 ’안보 불안감‘ 조성에 몰두했다는 지적이 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반면, SBS<8뉴스>는 이날 헌재와 탄핵 관련 뉴스를 톱뉴스부터 총 5꼭지 배치하며 집중보도했다. <[사실은] “8인 체제는 위헌” 김평우 주장 따져보니...>에서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의 “8인 재판은 원천 무효”라는 주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8인 체제’의 판결이 문제없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할 시 김 변호사 등의 발언이 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진 것이다.

JTBC<뉴스룸>은 이날 <확산되는 ‘불복 프레임’...그 시작엔 ‘대통령이 있었다’>에서 “대통령 측과 친박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불복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시작점은 박 대통령의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 ‘불복 프레임’은 박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돼 대리인단이 이를 확산했고, 친박 단체들이 근거로 집회 강도를 높여갔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인용 여론이 75%에서 80%까지 나왔던 만큼 국민 여론은 탄핵 인용에 압도적이다. 또한 그동안의 헌재 결정은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적 해석’을 내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 인용 가능성이 기각·각하에 비해 높아 보인다. JTBC<뉴스룸>은 이날 헌재 앞 친박 단체 집회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는 과격 발언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일이 다가오자 친박 세력들의 ‘불복 프레임’이 더욱 거세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KBS<뉴스9> 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KBS<뉴스9>는 이날 <탄핵 찬반 대립...불복 시 국가적 위기>에서 “탄핵 찬반 대립이 심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헌법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탄핵 찬반 단체들의 입장을 각각 실었고 법조계 원로들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사실상 양비론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기록을 넘겨받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고 나아가 구속수사까지 이뤄질 것인지가 국민적인 관심 사안이었다. 5일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공동조사에 따르면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8.2%에 달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4%에 머물렀다

JTBC<뉴스룸>은 이에 대해 <검찰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대통령 대면조사는?>에서 “검찰 내에선 박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죄 혐의’에 대해 “검찰은 특검이 최순실 씨를 뇌물죄로 기소한 부분을 받아들여 최 씨의 혐의를 직권남용에서 뇌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반면, MBC<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뉴스데스크>는 <특검과 다른 검찰 "재단 출연금에 뇌물죄 적용 힘들다">“에서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는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검찰은 또 특검의 시각과 달리 재단 출연금에 뇌물죄로 적용하는 게 힘들다고 본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설명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박 대통령 대면 조사 여부’에 관한 내용도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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