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잠시 방학 중에 들어가자 <썰전>이 시청자 선호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꼭 1위가 아니더라도 <썰전>은 탄핵국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시민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썰전>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전원책 빼고 유시민의 말만 듣고 싶다는 말들도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가 왔다.

JTBC가 <차이나는 도올>에 이어 내놓은 <차이나는 클라스>에 유시민이 떴다. 그것도 요즘에 딱 들어맞는 주제 ‘민주주의가 뭔데'였다. 아주 오랜만에 시민들이 각자의 일기장에 절실하게 썼을 단어 민주주의.

정말이지 대관절 민주주의는 무엇이란 말일까? 몇 달째 싸우고 있는 이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혹은 알아야 하는지 점검할 필요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단지 누가 그 민주주의를 설명해야 가장 효과적일지에 대한 선택만 남을 뿐이다. 그리고 JTBC는 여러 모로 합목적적인 인물 유시민을 그 강연에 세웠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 외의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의 정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좀 더 봐야겠지만 일단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밤새도록 장악한 것만으로도 홍보에 비하면 엄청난 대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상상은 했어도 기대는 차마 하지 못했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차이나는 클라스>는 쉽게 말해서 강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기존의 강연 프로그램과의 차별을 위해 뒤에 “질문을 받습니다”라는 말을 붙였다. ‘김제동의 톡투유- 걱정말아요 그대’ 식의 제목과 파격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질문을 받는다는 말이 얼마나 익숙하고 답답한 것인지를.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누가 강연을 하느냐보다는 진실로 누가 제대로 질문을 할 수 있겠냐에 더 달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당연하다. 질문이 없다면, 있어도 형식적이거나 짜고 하는 무딘 질문이 난무한다면 이 프로그램의 변별점은 사라지고, 그저 흔한 교양강좌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문답법의 강연은 어렵다. 첫 방송에서의 질문은 특이한 점은 있을 수 있었지만 프로그램 타이틀에 걸맞을 정도로 기발하고, 치열한 질문공세는 없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또한 패널들도 이 질문에 익숙해질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허나 그렇게 훈련이 되고나면 “질문 있습니다”라는 말이 주는 어떤 날것의 맛은 많이 무뎌질 위험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홈페이지에 방송 주제에 대한 질문을 받는 코너까지 마련해두고는 있기는 하지만 단지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이어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첫 회의 유시민처럼 시청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적절한 강연자를 찾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아니라면 평범에서 더 내려가 지루한 강연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이 점은 JTBC의 인재풀에 기대를 해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는 근래 보기 드물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출발한 <차이나는 클라스>의 신고식은 놀라운 것이다. 오락만 넘쳐나는 한국 방송가에 작은 반란 같은 현상이라고도 하고 싶다. 하긴 뇌색의 시대에 교양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모저모 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더 가게 된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대박이었다. 방송 화면 중에 인용한 헌재 마크가 소위 일베용이었다는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하필 민주주의 주제의 방송에 일베 로고를 쓴 것이라 좀 더 심각한 실수가 될 수밖에는 없다. 사과도 하고 반성도 물론 하겠지만 일단 첫 발부터 진창에 빠진 것이 영 찜찜할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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