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농민들은 깊은 시름에 잠긴다. 올해는 무엇을 심어야 낭패를 보지 않을까 싶어서 이다. 하지만 해답이 없다.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무엇을 심어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도 쌀은 정부수매가 있어 견딜만했는데 그것마저 없어져 쌀농사도 마음 놓고 지을 수 없다. 올해도 쌀값 폭락으로 돈 가뭄에 시달린 농심은 시꺼멓게 타들어간다. 그러나 농민이 주인인 농협은 딴 세상마냥 돈 벼락을 맞았는지 흥청망청이다.

국회의 농협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소식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농협 간부들이 골프를 즐긴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골프천국일줄 몰랐다. 농협이 보유한 골프 회원권이 물경 121구좌 821억5,700만원어치란다. 중앙회가 404억4,900만원, 20개 지역조합이 117억7,500만원, 자회사가 299억3,300만원어치란 것이다. 할 일이 없는지 골프만 치는 모양이다. 웬 골프회원권이 이렇게 많으냐는 질문에 대답이 가관이다. 현장 중심의 농정활동 강화를 위한 것이란다.

농협사료의 경우 지난해 무려 457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10억4,000만원을 들여 골프회원권 2구좌를 매입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익이 60%나 줄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골프회원권 6구좌를 44억원에 사들였다. 거기다가 기명회원권은 월1회만 예약되기 때문에 무기명회원권으로 바꿔 골프장 이용을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국감에서 골프회원권 과다보유에 대한 질타의 소리가 높았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농민은 밤낮없이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형편이다. 그런데 농협 임원들이 무슨 일을 하길 레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지 놀랍다.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7,200만원이나 된다. 2008년 457억원의 적자를 낸 농협사료가 1억1,700만원, 79억원 적자의 농협목우촌이 1억3,800만원을 받는다. 영문 이름이라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라도 NH-CA 운영은 3명이 평균 3억6,000만원을 가져간다고 한다. NH한삼인의 임원이 가장 적게 받는다는데도 1억300만원이다.

옛날에는 소 팔아 자식 공부시켰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농협이 농민 자녀 학자금으로 고작 2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중앙회 직원자녀 유학자금으로 10억9,400만원이나 썼다. 유학자금은 지원대상이 아닌데 돈이 나갔으니 편법을 동원했을 것같다. 이것까지 합치면 임직원 자녀 학자금으로 241억원이나 지원했다. 이 정도이면 농협에는 농민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농협은 흔히 복마전이라고 말한다. 이번 국감에서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5년부터 올 7월까지 모두 909명이 징계를 받았다. 징계수위별로 보면 해직 90명, 정직 68명, 감봉 220명, 견책 531명이다. 지난 3년간 35명이 137억원을 횡령했지만 형사고발은 고작 8명에 불과하다. 비리가 만연한데도 징계가 솜방망이니 오히려 비리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2006년 163건, 2007년 190건, 2008년 215건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는 징계건수가 그것을 말한다.

비리수법도 대범하다. 상품권 판매대금, 공무원 복지카드 포인트 대금 등 2억7,000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했다. 그런가 하면 고객의 정기예금과 펀드를 멋대로 해지해 카드결제대금으로 2억5,700만을 쓰기도 했다. 젖소를 육우를 속인 납품업체한테서 금품을 챙기고 봐주기도 했다. 판매대금 9억6,900만원을 빼돌렸으나 내부징계로 그친 사례도 있다. 이러니 금융사고도 빈발해 5년간 사고 294건에 사고액이 726억원에 달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역대 중앙회 회장들이 돈 챙겨먹고 등쳐먹어 줄줄이 쇠고랑을 찼으니 농협이 복마전이란 소리를 듣는다. 농민단체들이 나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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