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언론은 이중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한겨레·JTBC·TV조선 등의 언론들이 국정농단 세력들의 전횡을 파헤쳐내며 언론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하나다. 한편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전부터 탄핵국면까지 언론들이 감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발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과 그 이후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 언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와 박진우 건국대 교수가 발제를,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김세은 강원대 교수, 임석규 한겨레 총괄에디터, 이강택 KBS PD,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성해 교수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 돼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언론은 한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지시등’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언론복합체’가 생겨나며 오히려 언론이 기득권을 행사하고 국가를 관리하는 모양새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해방과 6·25전쟁, 외환외기 등을 거치며 기득권 집단이 계속 변해왔고 혼돈의 시기를 지나왔다. 언론은 그런 권력공백 상황에서 또 다른 권력으로 성장하기 좋은 상황을 맞았다”며 “언론의 권력은 1992년 대선을 계기로 강화됐고 외환위기 이후 서울대 중심의 관료세력, 대기업 등 기존 세력을 비판하며 권력 확장 기회를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언론은 신흥 경제관료, 법조계 및 지식권력과 결탁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옹호했다”며 “언론은 정치권, 대기업, 교육권력, 종교권력 등에 유리한 아젠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도 그 부작용에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과 종편채널들로 이뤄진 ‘언론복합체’가 국정농단 사태를 주도적으로 보도하는 일탈을 벌인 이유에 대해 “박근혜 정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심해지자 이대로 가다간 자신들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이들은 전략적인 형태에 따라 다른 형태로 또 이합집산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석규 한겨레 총괄기획에디터도 “이번 박근혜 탄핵 사태는 언론권력이 정치권력을 재편하려다 파열구가 난 사건”이라며 “조선일보의 거부권 행사가 게이트의 근원적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거부권 행사의 준거점은 사주의 이해관계에 있고, 기자들의 취재는 사주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전락됐다”면서 “그게 바로 우리나라 언론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여전히 언론은 삼성의 이재용 구속에 대해 사실상 변호인을 자처하고 있고, 촛불-태극기 시위를 양비론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보수 언론이 활약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 들어 행정부 우위가 되면서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욱 폐쇄적인 집단만이 이익을 공유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렸고, 이로 인해 조선일보 등이 이탈한 것”이라며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종편을 포함한 보수언론들은 새로운 보수 세력의 재결집을 위해 담론을 만들어갈 것이다. 특히 MBC가 극우 세력의 백업을 받으면서 정치지형은 점점 보수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해 교수는 ‘언론복합체’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먼저 KBS·MBC·YTN 등 국가의 재원이 들어간 언론들을 정상화해야 하고, 종합편성채널을 조선·중앙·동아·매경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영방송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언론학계 출신 학자들이 진출해 권력을 잡으려는 시도 자체를 막도록 해당 직위의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방법으로 공영방송 이사진의 숫자를 대폭 늘리는 것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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