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에 비해 완화된 요건으로 허가되고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사실상 ‘미래감청’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올 상반기 휴대전화 위치추적 허가는 일평균 53건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국가정보기관이 감청에 비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이 완화된 요건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이용해 미래정보를 제공받는 사실상 감청을 했다”고 밝혔다.

▲ ⓒ변재일 의원실

변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통화시 발신기지국의 위치정보는 수사기관에 제공시 ‘통화내역’ 명목에 전기통신일시, 전기통신개시 및 종료시간, 발·착신 통신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번호, 사용도수 등과 함께 자동으로 포함돼 있다”면서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제2조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열거 형으로 기술한 의미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정보를 엄격히 제한하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변 의원은 “그런데 방통위가 사업자로부터 보고받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현황보고에는 법에 명시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내역’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뭉뚱그려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통비법의 운용주체인 법원과 수사기관이 관행상 ‘통화내역’이라는 포괄적 명목으로 법에 없는 발신기지국기록을 통화내역에 포함시켜 제공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변 의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휴대폰 발신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개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수사기법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시점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 허가서가 발급된 건이 1년에 겨우 수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 의원은 “이러한 현실이 이용돼 ‘과거’ 통화시 발신기지국정보가 사실상 미래감청의 용도로만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 변재일 의원ⓒ미디어스
변 의원은 또한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는 법원의 허가서에 발급일로부터 언제까지 사용하라는 의미의 사용기한만 적시해 발급되고 있고, 허가서가 발급되면 그 허가서에 적힌 사용기간 동안, 통화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매 10분 또는 30분 간격으로 단말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기지국의 위치정보를 담당 수사관의 휴대폰 SMS로 발송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 건수가 “하루 평균 53건 허가서가 발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변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이동통신사의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실상 감청으로 운용된 내역을 보면, 올 상반기에만 9,647건에 이르며 2년 반 동안 4만 건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변 의원은 “이것은 09년 상반기의 경우 일평균 53건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허가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09년 상반기 이통사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74,552건 중 13%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국가기관 감청설비 도입도 방통위 인가를 받아야”

한편, 변 의원은 이날 “현행 통비법은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하는 때에는 방통위에 신고하고, 정보기관의 경우에는 국회 정보위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감청설비의 82%를 국가 정보기관이 도입하고 있고 그것이 사실상 통신망을 통해 감청이 이뤄지므로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외국서 수입하거나 직접 제작할 때도 예외없이 방통위 인가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통비법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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