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출에 대한 KBS인의 관심이 이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이효성 교수)
"'앙꼬없는 찐빵'이 되버렸네요."(강혜란 소장)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김서중 교수)

23일 KBS이사회의 사장 공모방식 결정을 앞두고 개최된 시민사회의 'KBS 사장선출, 무엇을 담을 것인가' 토론회는 한마디로 '앙꼬없는 찐빵'이었다.

▲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는 'KBS 사장 선출,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미디어행동
지난 1년간 '이병순 사장 체제의 KBS'에 대한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후임 KBS 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들을 고민하는 자리에 정작 KBS인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당초 참석하기로 돼있던 KBS PD협회, 기자협회장은 토론회 전날인 21일 저녁 갑작스럽게 '참석 불가'를 주최측인 미디어행동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KBS노동조합도 노조 비대위 준비 등을 이유로 '참석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노조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협회가 내부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데 다소 부담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그 프레임에는 KBS사장 선출을 '내부문제'로 인식하는 한계적 사고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KBS는 노보, 사보 등을 통해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으면서 정작 사장선임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에 대해 (KBS구성원들이) 비중을 두지 않는 것 같아 대단히 아쉽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도 "내부에서 일차적으로 싸워야 하는 KBS구성원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한데 이렇게 수동적으로 있으면 국민들이 원하는 사장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장추천위원회, 공개토론회, 설문조사 실시 등 제안

KBS인이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정대 미디어행동 사무처장은 KBS 사장 선출과 관련해 △이사회 5인/지역시청자위원 5인/KBS사원 1인/분야별 대표 10인 등 총 21인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토론회를 통한 서류심사 합격자 공개 검증 △토론회 이후 사원, 국민, 언론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 △사장 자격기준 명문화 등을 제안했다.

미디어행동은 이같은 제안을 토론회를 마친 후 수정, 보완해서 KBS이사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KBS노조도 사추위 구성을 KBS이사회에 건의한 바 있다.

'사추위 21인 구성'에 대해 김 처장은 "낙하산 사장 방지와 여야를 막론한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KBS이사 숫자인 11명보다 많은 21명으로 사추위 위원 수를 확대한 것"이라며 "여성/교육/문화/언론/환경/종교/인권 등 사회 각 분야의 이해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10인의 분야별 대표가 참여하도록 했다. 지역민의 의견 반영하고 시청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시청자위원 5인이 참가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사추위 구성 원칙은 영국 BBC의 경영위원회와 독일 ZDF의 방송위원회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공개토론회와 관련해) 분야별 대표성이 있는 사추위 위원들의 전문적 검증과 더불어 후보자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다면적인 검증을 위해 KBS홈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공모해야 한다"며 "토론회 이후 실시하는 설문조사의 결과는 후보자별 가산점으로 반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직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던 자', '당적을 이탈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직에서 퇴임한 날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등을 사장 결격 사유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우 이상적"…"KBS 사장 자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가 더욱 중요"

토론회 참석자들은 김 처장의 발제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혜란 소장은 "여야 7:4 구조인 이사회가 사추위 구성을 맡는다면 대단히 많은 정치적 변수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개토론회, 설문조사는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다. 허공에서 부유했던 KBS를 국민의 품으로 끌어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성 교수도 "매우 이상적인 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사추위 구성에 대해 "절차적 명분만 실어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추위 구성과 같은 절차를 제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KBS 사장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추위에서 이뤄지는 결정들을 검증할 수 있는 외부 검증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김춘식 경민대 교수는 사추위와 관련해 "21명은 숫자가 너무 많고, 9~11명이 적절하다"며 "KBS도 일종의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전문가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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