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노종면 YTN 위원장, 정연주 전 KBS 사장,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미네르바,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대표,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 학생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과연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은 쉽게 ‘집회’를 떠올릴 것이다. MB시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가장 억압받았던 이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악회’를 열었다면? 사실이다.

10월 21일 “국회에서 닫힌 민주주의야 열려라! 열려라 참깨”를 모토로 '참여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사회는 칼라TV 이명선 씨가 맡았다. 2008년 여름 이 분 목소리 들어보지 못한 분 흔치 않다.

드디어 음악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클래식 밴드 친구들의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름뿐인 음악회가 아닌 ‘진짜’ 음악회였다. 피아노에 이어 성악이 그리고 오보에, 첼로, 해금 연주가 이어졌다.

음악회 3부가 되자 MB시대 체포, 해직, 구속되었던 이들이 ‘시낭송’을 위해,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선 것이다. 이들도 어색했던 것일까? ‘타는 목마름으로’ 시낭송을 위해 무대에 오른 최상재 위원장과 김지윤 학생. ‘내가 만일’이라는 연주에 맞춰 낭송이 시작됐는데…. 저런 시낭송은 끝났는데 연주는 계속되고 있다. 시 낭송을 너무 빠르게 끝냈다는 말일테다. 최상재 위원장과 김지윤 학생의 얼굴에는 어색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나 연주가 끝났다.

말하는 시간이 오자 언제 그랬다는 듯 두 사람에게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2008-2009년을 지나면서 ‘발언’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대에 올랐고,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했던 이들인가.

▲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열려라 참께' 음악회에 모임 체포, 해직, 구속 언론인들ⓒ권순택

▲ '타는 목마름으로' 시낭송하는 최상재 위원장과 김지윤 학생ⓒ권순택

김지윤 학생은 “중간고사 기간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해 무엇을 배웠느냐’는 것이 시험문제로 나온다면 A+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그런 문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지윤 학생은 그만큼 교과서가 아닌 거리에서 시민,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 시는 학교 다닐 때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그 때는 지금의 나이가 되면 ‘평등’,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외웠었는데…. 옆에 있는 김지윤 학생이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가 됐을 때는 이 시를 읽지 않도록 가자”<최상재 위원장 발언>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는 엄혹한 시절을 노래한 ‘타는 목마름으로’이 암송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가 됐다는 최상재 위원장. 그 말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드디어 음악회의 클라이맥스. 2008-2009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핍박받았던 상징적인 이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가 금세 그런 이들로 가득 찼다. 이것이 지난 1년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정연주 전 KBS 사장. “더디가더라도 한 걸음 열심히 걷자”는 신태섭 KBS 전 이사. “KBS 신뢰를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저들을 빼놓고 우리를 묶을 수 있는 것은 ‘상식’, ‘사람’, ‘연대’”라는 노종면 YTN 위원장.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영웅”이라던 김성균 언소주 대표. “사람들의 사상을 막는 것의 끝은 파멸뿐”이라는 미네르바. 여기에 최상재 위원장과 김지윤 학생까지.

이들 모두에게 꽃 한 송이가 전달했다. 이 임무는 ‘아마 내년 음악회가 마련된다면 1순위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KBS 계약직 지부 조합원들이 맡았다.

긴급체포, 해직, 구속으로 한 해를 보낸 이들은 그래도 ‘절망’이 아닌 ‘희망’을 노래했다. 이들 마음속 하나로 마주한 주문을 다 같이 외우며.

“29일 헌재의 바른 판결로 꽉 막힌 민주주의의 문을 열 수 있기를…열려라 참깨!”

▲ 음악회의 모습들ⓒ권순택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