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협회장 이병순 KBS사장)가 언론 시민사회단체가 제작한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담은 TV광고에 대해 ‘방송 보류’라는 심의 결과를 내렸다. 이는 방송협회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수정을 한 뒤 재심의를 요청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송 불가’로 해석할 수 있다.

방송협회는 21일 오후 4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쟁취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이 지난 20일 심의 요청한 언론법 TV광고에 대해 공정성, 초상권 등의 이유를 들어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이 심의를 요청한 TV광고는 두 개로, 하나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고 전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당일 노제 사회를 보는 장면이 포함됐으며, 다른 하나는 윤도현 밴드의 음악이 포함됐다.

▲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이 한국방송협회에 심의를 요청한 언론법 비판 TV광고 ⓒ화면캡처

“김제동시 초상권 문제와 헌법재판소 판결 영향 줄 수 있어”

방송협회는 김제동씨 장면이 포함된 광고 끝 무렵에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과 윤도현 밴드 음악이 포함된 광고 끝 무렵에 ‘미디어법 10월29일 결정 국민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십시오’라는 자막이 나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공정성) 2항 ‘방송광고는 소송등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 또는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루어서는 아니된다’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언론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야당이 청구한 언론법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해 오는 29일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방송협회는 또 김제동씨가 장면이 포함된 광고에 대해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1조(개인 또는 단체의 동의) 1항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초상을 사용한 방송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가 그 사용에 동의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를 근거로, 언론노조 쪽에 김제동씨에게 초상권 동의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 광고에 포함된 ‘언론악법 원천무효’ 손팻말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방송협회 김범수 광고심의팀 팀장은 “TV광고에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어서 방송 보류 결정을 했다. (언론노조 쪽에서) 수정해서 제출하면 재심의를 한다”며 “심의 요청이 들어오는 광고 중에서 10~15%정도는 수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협회는 방송광고 규정에 있어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며 “지난번 언론법 광고의 경우,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심의해 방송했기 때문에 방송협회 심의와는 상관없다”며 ‘정치심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반 광고 심의의 경우 사무처에서 심의를 진행하지만 정치적 의견 등이 포함돼 있는 의견 광고의 경우, 방송3사(KBS, MBC, SBS) 각각 1명, 방송협회 관계자 1명, 외부 위원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심의위원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진행되며, 위원들 간 전체적 합의로 이뤄진다.

▲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이 한국방송협회에 심의를 요청한 언론법 비판 TV광고 ⓒ화면캡처

언론노조, 광고 수정한 뒤 재심의 요청

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쪽은 방송협회의 ‘방송 보류’라는 심의 결과에 대해 TV광고를 수정한 뒤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방송협회가 수정을 요구한 부분 가운데, 이윤성 국회 부의장 얼굴이 나오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10월29일 표기가 된 것은 ‘그날’이라고 수정해서 다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열려라 참깨’ 음악회에 참석해 언론법 TV광고 ‘방송 보류’ 결정에 대해 “TV광고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관련 기사 혹은 언론악법 무효 서명 받는 것도 못하게 해야 한다”며 “수정해서 제출한 광고에 대해 방송협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겠다”고 일갈했다.

언론법 비판광고는 지난달 6일 미디어행동, 여성삼국(쌍코, 쏘울드레서, 화장발), 네티즌커뮤니티 등이 ‘언론악법 원천 무효’ 대국민 홍보를 위해 개최한 ‘탐탐한 바자회’ 수익금 7천만원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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