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나영석 피디를 제외하고, 가장 활발하게 예능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고자 하는 곳이 어딜까? 아마도 빈번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JTBC가 아닐까? 물론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면 지상파에도 새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만, <나 혼자 산다>의 업그레이드버전 같은 <미운 우리 새끼>처럼 새롭다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을 속보이게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JTBC는 거의 독보적으로 <아는 형님>을 비롯하여 <한끼줍쇼>,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톡투유>, <썰전>까지 예능의 새로운 영역을 부지런히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JTBC가 목요일 밤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을 선보였다. 바로 '직업'과 '토크쇼'를 엮은 <잡스>가 그것이다.

3월 2일 첫 선을 보인 <잡스>는 바로 <잡스>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전문 직업 경영인이었던 '잡스'를 롤모델로, '전문 직업'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점'은 '성공한 사람'이다, 즉,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치, 사회, 경제 등 성공한 셀럽들을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 탐구 토크쇼'가 바로 새로이 선보인 <잡스>의 모토이다. 그리고 그 모토 아래, 3월 2일 첫 방송에서 JTBC의 WBC 야구해설을 맡은 야구해설위원인 전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송재우를 초대한다.

잡스? 아니 번잡스!

JTBC 신개념 직업토크쇼 <잡스>

세 명의 MC 전현무, 노홍철, 박명수를 앞세운 <잡스>는 세 사람에게 '잡스'처럼 검은 티에 수염까지 그려 넣는 설정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띠운다. 그러면서 전혀 새롭지 않은 세 사람의 조합에 대해 '노홍철의 문제점은 3년 전'이라는 식으로 익살스럽게 포문을 연다. 그렇다면 이 진부하지만 익숙한 조합의 첫 회는 어땠을까?

첫 회를 마친 <잡스>는 '전문 직업 셀럽 토크쇼'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동시에 '전문 토크쇼'의 한계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앞으로 <잡스>가 전문인을 초대해 토크쇼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면, 전문가와 함께하는 예능에 걸맞은 '풀'을 갖춰야 한다는 걸 첫 회 스스로 증명했다. '전문인'들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특정 분야의 전문인들이 나와서 자신의 '전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과연 현재 세 MC의 조합이 적절한가에 대해 제작진은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다.

한때는 한국인 유일의 메이저리거였고, 이제는 야구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박찬호. 그는 WBC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오키나와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박명수는 '온천을 했냐?'라던가, '바나나빵은 사왔냐?'라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물론 예능이고 토크쇼니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박명수의 그런 질문들이 이제 새롭게 야구 해설위원으로 각오를 다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박찬호의 이야기의 맥을 끊게 만든다는 점이다. 송재우 해설위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직업인이니 당연히 따라가는 질문이겠지만, '돈 이야기를 하려고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해왔다'라는 식의 '돈'으로 직업을 규정하는 듯한 태도에, 그의 성공을 '금시계'로 끄집어내는 방식은 성공에 대한 '천박한' 척도를 두드러지게 만들고야 만다.

물론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전현무, 거기에 시청자들이 보내온 질문을 능숙하게 전달하는 노홍철과 함께 '예능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로서 '박명수'의 조합을 제작진은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박명수의 '환기'가 문제가 된다. 전현무나 노홍철이, 그래도 야구 해설가나 박찬호에 대한 백지는 아닌 상태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반면, 박명수는 타예능에서 하던 대로 다짜고짜 돈 문제 등에 대한 지극히 세속적인 질문으로 '전문 직업인'에 대한 접근을 평범하게 만들어버린다. 문제는 그 '평범'이 특별한 콘셉트의 <잡스>를, 그저 그런 또 하나의 토크쇼로 만들어버릴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적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 필요

JTBC 신개념 직업토크쇼 <잡스>

'전문적' 분야에 대한 예능이라 하면, 이미 tvN이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중이다. 멘사급 연예인들의 조합 <뇌섹남>이나 아나운서들의 <프리한 19>처럼 프로그램의 내용을 담보해낼 패널 혹은 MC들의 조합이 이들 프로그램 성공의 '관건'이 됐다. 그런 면에서 <잡스> 첫 회를 보면, 과연 그렇게 전문적인 내용을 담보해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던져진다. 양세형은 그의 프로그램 <양세형의 숏터뷰>를 통해 정치인들을 성공적으로 인터뷰해냄으로써 심지어 <SBS 대선후보 국민면접>보다 나았다는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렇게 성공 사례를 통해 충분히 열려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지만, <잡스> 첫 회에 보여진 박명수의 질문 내용은 그가 <해피투게더>에서 해온 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 직업인'의 세계를 다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듯 보인다.

<잡스>는 야구 해설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박찬호와, 야구 해설의 알파고급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송재우 해설을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했다는 점에선 ‘신선’했지만, 그 진행 내용에 있어서는 기존 예능과는 다른, 신선한 포맷을 다루려는 준비가 부족한 듯 보인다.

또한 아쉬운 점은 박찬호라는 지명도 높은 스타에 집중된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사실 전직 야구선수의 야구 해설보다는 이미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갓재우'라 불리는 송재우의 해설을, 그리고 그를 통해 '야구 해설위원'이라는 직업의 영역을 좀 더 알려줬다면 <잡스>라는 프로그램의 성격도 좀 더 분명히 전달되었을 듯하다. 마치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양, JTBC가 WBC 중계를 한다는 홍보를 위한 이중의 포석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잡스> 첫 회, 그래서 아직 <잡스>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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