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한 방송3사의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뒤, 대통령 행보를 쫓은 청와대 관련 뉴스는 넘쳐나지만 날선 비판은 사라진 채 그저 행보만을 전하는 무미건조한 보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방송3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신 아시아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같은 ‘신 아시아 외교’는 “한국이 FTA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본틀을 짜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방송3사 리포트에는 이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취지, 동향 등이 비교적 자세히 드러난다. 대통령의 행보를 그대로 전하는 데서 그친 이같은 보도는 안타깝게도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태국 후아힌에서 열리는 ASEAN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20일 오전 출국했다. ASEAN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0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을, 22일부터 23일까지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이어 24일부터 태국 후아힌에서 개최되는 ASEAN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송3사 일제히 “대통령 행보, 신 아시아 외교구상”

▲ 10월20일치 KBS '뉴스9' 리포트 화면캡처
20일 KBS <뉴스9>는 “이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캄보디아 방문과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이른바 신아시아 외교 구상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아시아 모든 국가와 FTA를 체결해 역내 FTA의 거점역할을 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이번 순방을 통해 4강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이른바 ‘신 아시아 외교구상’을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라며 “그 일환으로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을 우리가 개최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 <8뉴스> 또한 “이 대통령은 5박 6일간의 이번 순방을 통해 한-아세안 FTA와는 별도로 베트남을 비롯한 개별국가와 양자 FTA를 추진하는 등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내일(21일) 응엔 밍 찌엣 베트남 국가 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한-캄보디아 정상회담과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해 올초 천명한 '신아시아 외교구상'의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방송3사의 이같은 보도는 지난 19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발표한 동남아 순방 관련 브리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순방은)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의 신아시아 외교 핵심 국가인 ASEAN 국가들과 경제 위기와 기후 변화 등 국제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 대통령과 각 정상들과의 두터운 우의와 신뢰는 내실 있는 관계 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 G20 개최를 앞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가교 역할 수행을 위해 ASEAN과의 협력체계도 보다 긴밀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10월20일치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처
방송3사의 대통령 보도 자체만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행보, 발언 등이 갖고 있는 의미와 영향, 파장을 분석하기 보다는 대통령 자체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는 것은,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뉴스를 켜면 바로 시작하는 ‘땡전뉴스’와 무엇이 다를까. 날선 비판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없는 무미건조한 보도가 계속될수록, 방송3사는 ‘권력 눈치보기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받을 수박에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매일 발행하는 방송모니터에서 대통령의 발언, 정부 여당의 정책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방송3사의 보도 태도를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4일 방송3사는 정부·여당의 ‘세종시법 개정’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으며, 전경들에만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는 등 국정감사에서 나온 사실은 MBC만 단신 보도했다. 지난 15일 KBS는 이 대통령의 ‘일자리 발언’을 전하며 의미를 부여했으며, MBC와 SBS도 정부의 대책을 단순 전달했다. 지난 18일 KBS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전면수정’ 발언을 전하며 의미를 부여했고, 이어 19일에는 총리실의 ‘세종시위원회’ 출범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에 무게를 실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지난 15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청와대 관련 뉴스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기사는 넘치는데 비판은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뉴스 가치를 감안해 뉴스가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왜 냉정한 평가가 사라졌는가에 대해서는 문제로 지적됐다”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올 해 들어 대통령에 대한 동정보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KBS가 심하다”며 “대통령의 행보, 발언이 갖는 의미를 전하지 않고 단순 보도하는 것은 전파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동정 보도를 제외하더라도, 방송사들의 보도는 심층성이 떨어지고 있고, 스포츠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를 관련 뉴스로 도배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10월20일치 SBS '8뉴스' 화면캡처

MBC만 상세히 보도한 효성그룹 고급 아파트 구입

한편, 20일 MBC에서만 상세히 보도된 두 가지 사안이 있다. 하나는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에 이어 셋째 아들인 조현상 전무도 미국 하와이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이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신영철 대법관에게 용퇴를 촉구했던 사실이다.

현재 대통령 사돈 그룹인 효성그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축소, 부실, 봐주기’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효성그룹을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이 나오고 있음에도, 단신으로 보도한 KBS와 보도하지 않은 SBS는 이 대통령의 ‘신 아시아 외교’보다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현재 효성그룹을 둘러싼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참고기사▷경향신문: 속속 드러나는 ‘효성 부실수사’… 대형 ‘게이트’ 비화 조짐)

△해외법인과 유령회사 간 위장거래 통해 비자금 조성 △조현준 효성 사장 해외 고가 부동산 매입 자금 △효성그룹 오너 3세들의 주식 저가 인수 의혹 △로우전자 군사장비 납푹 비리의혹 △로우전자 관련 주씨 부인 송모씨 소재 파악 △금융정보분석원이 통보한 자금 거래 △국가청렴위원회가 통보한 내부자 제보 △효성그룹 해외 법인과 조석래 회장 일가 계좌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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