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와 MBC의 3·1절 탄핵 찬반 집회 보도를 두고 ‘본질을 호도하고 상황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제98주년 3·1절인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3·1절이 탄핵 찬반 세력으로 쪼개진 것처럼 비춰지지만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은 여전히 반대를 압도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뉴스9>는 이날 저녁 3·1절 집회와 관련 총 4꼭지를 보도했다. 3·1절 기념하는 시민들의 모습 1꼭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각각 1꼭지, 탄핵 찬반 집회 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분석 보도 1꼭지 등이었다. 탄핵 찬반 집회 보도 수를 맞추며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모습이 역력했고, 내용 또한 각각 집회의 주장을 전달하는 식이었다.

▲지난 1일 KBS<뉴스9> 방송 화면 캡쳐.

이날 MBC<뉴스데스크>는 3·1절 집회 관련해 총 8꼭지를 배치했다. 3·1절 기념 1꼭지, 태극기 집회 3꼭지, 촛불집회 2꼭지, 집회 참석 정치인들 관련 1꼭지, 두 집회로 광화문 일대가 차벽으로 분리됐다는 보도 1꼭지 등이었다.

MBC는 <탄핵심판 선고 앞두고, "태극기집회 최대인원 참가">에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에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며 “오늘 태극기 집회에선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MBC<뉴스데스크> 방송 리스트 캡쳐.

<탄핵 반대 집회 첫 청와대 행진 "대통령 응원">에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대통령님, 힘내세요”, “그분을 생각하면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라는 한 집회 참가자들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젊은 층, 교포도 태극기집회 참가 "거짓 밝혀야">에서는 “태극기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참가자의 연령이나 사연이 다양해졌다”고 보도했다. <'태극기' 대 '촛불', 정치권도 집회 현장 총집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정치권도 태극기와 촛불, 두 진영으로 나뉘어 집회 현장에 집결했다”며 각각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보도했다.

두 공영방송은 탄핵 찬반 집회를 5대 5로 보도하거나,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탄핵 인용 여론이 압도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달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 방향과 관련해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78.3%, 반대하는 이들은 15.9%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탄핵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민의 전파로 사용해 방송하는 두 공영방송은 탄핵 찬반 집회를 5대 5로 보도하거나, 반대 여론을 부각했다. 본질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일견 3·1절은 둘로 쪼개진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현 시국을 촛불과 태극기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건 올바른 평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이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시민의 분노에서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불평등·불공정·불의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였을 뿐”이라며 “헌법을 유린한 피의자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탄핵 반대 집회를 이와 같은 반열에 놓을 수는 없다”고 썼다.

▲2일 한겨레 지면에 실린 김종구 논설위원의 칼럼.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은 이날 칼럼에서 “촛불에 대항하는 태극기 집회가 늘어나면서 ‘촛불-태극기 양비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비론자들은 촛불과 태극기 양 진영의 민-민 갈등으로 나라가 두 쪽 날 지경이 됐다고 개탄한다”면서 “양비론은 겉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본질을 호도하고 상황을 왜곡해 국민을 현혹한다”고 썼다. 또 “잘못의 경중이나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둘 다 모두 잘못’이라고 몰아세우는 것부터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했다.

한편, JTBC<뉴스룸>은 이날 <박 대통령, 친박 집회 하루 전 감사메시지…지지층 결집용>에서 박 대통령이 친박 집회 하루 전 지지층 결집용 메시지를 박사모에게 전달했고 보도했다. <대통령 메시지에 응답하듯…김평우 "선고 승복? 북한 인민">와 <'기획 폭로' '불공정' 탄핵심판 불복 프레임 주거니 받거니>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내놓은 탄핵 심판 불복 프레임을 친박계 의원과 친박 단체들이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또 <도 넘은 신변위협…친박단체 대표, 이정미 대행 주소 공개>에서는 친박단체 대표의 헌재와 특검에 대한 위협, 협박이 심각하다며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전했고, <"어둠의 자식" "망나니 특검" 친박집회서 쏟아진 막말>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노골적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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