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사인 OBS 경인TV가 개국 10년 만에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2016년 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가까스로 1년의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받았지만 2017년까지 30억 증자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허가는 취소된다.

최근 OBS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회장과 경영진은 구성원 19명에 대해 자택대기 인사발령을, 30여명에 대해서는 외주화 대상자로 결정했다. 인건비 절감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작투자비 확충을 요구한 방통위 재허가 조건과는 배치된다. 백 회장이 지역 민방인 OBS를 경영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OBS경영진단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대주주인 백 회장이 OBS를 회생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유진영 OBS 지부장의 발제 자료에 따르면, OBS의 인력 운용과 제작 실태는 점점 열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08년 12월 327명이었던 인력은 2017년 1월 220명까지 축소됐고, 2008년 5월 17개에 달했던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2017년 2월 3개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라 2006년 개국준비부터 2017년 현재까지 10년 동안 10명의 사장(대행포함)이 교체됐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제공)

SBS 사회이사를 맡고 있는 손철호 경영컨설턴트는 “백성학 회장의 경영전략을 살펴보면, OBS의 비전과 목표는 명확하게 보도와 구매기능”이라며 “백 회장 입장에서 보도는 작은 비용으로 강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제작은 하지 않고 콘텐츠 구매를 통해 편성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손철호 경영컨설턴트는 “OBS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대주주 의사결정 권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내에 거의 없다. 책임경영자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기존 영안모자의 속성을 보더라도 백 회장은 위험하게 투자해 수익을 확보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보도와 구매를 통해 회사를 작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OBS 문제는 대주주인 백 회장에게 노동자의 근로 안정성 요구하며 함께 갈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서 현재 OBS의 연속성을 끌고 갈 것인지가 논의돼야 한다”며 “이런 전제 조건을 이해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국장은 “방통위가 OBS 재허가 조건으로 제작투자비 확충을 내걸었는데, OBS는 구성원들 임금 삭감 등의 희생을 통해서 손실분을 메워왔다”며 “인건비는 제작비에 포함돼 결국, OBS가 재허가 조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제가 방통위 재허가 평가 위원이었어도 백 회장과 OBS 경영진들의 이행실적 보고서를 보면 납득이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대주주인 백 회장을 설득 또는 퇴출하든, 방통위의 OBS 재허가를 위해선 비전이나 재허가 근거가 필요하다”며 “지역방송은 해당 권역의 지역민들이 선호하는 내용과 콘텐츠가 필요한데, OBS는 경인지역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어떻게 콘텐츠를 유통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영 지부장은 “대주주의 전횡으로 인한 방송사유화를 막고 경인지역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 사측, 지역시민이 함께하는 단체를 만들어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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