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개혁을 위해 설치된 '미래위원회'에서 MBC 경영진이 실국장 책임제를 비롯해 과거 방송민주화 투쟁을 통해 얻어낸 단협 조항들을 모두 삭제한 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미래위원회에 무기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3일 MBC본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0월 초 열린 미래위원회에서 경영진은 단체협약 중 공정방송 실현 책무를 명시한 조항을 비롯하여 보도·제작·편성에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실국장 책임제 등을 모두 삭제한 안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방문진이 "문제있다"며 지적해오던 것들이다.

MBC본부는 "해당 조항들은 과거 방송 민주화 과정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소중한 투쟁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문제의 조항들을 모두 삭제하자는 충격적인 제안을 해왔다"며 "경영진이 외부에는 눈치보기와 저자세로 일관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흔들기에 나서는 행위를 반복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조합은 더이상 현 경영진과 미래위원회 논의를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방문진의 과도한 경영간섭과 보도-편성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이들의 월권행위를 지적하기는커녕 충실히 반영하거나 의욕만 앞서는 비현실적인 계획표를 제시하며 굴욕적 자세로 일관했다"며 "결국 경영진이 미래위원회로 얻고자 하는 것은 노사간 협의를 통한 더 나은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이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100분토론' 진행자인 손석희씨 교체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 경영진이 방문진 등 정권에 성의를 보이기 위한 쇼의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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