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김정남 피살 사건 등 북한 관련 뉴스는 지나치게 많이 다뤘고, 탄핵 심판과 특검, 차기 대선 관련 보도는 축소 보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포트 내용도 국정농단과 관련해선 대통령에 유리한 입장으로 보도했고, 북한 관련 보도는 추측성 표현이 많아 안보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15일부터 22일까지 자사의 뉴스를 모니터링 한 결과를 22일 내놓았다. 이들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내부 구성원들로 ‘방송 감시단’을 구성해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발표해 오고 있다.

KBS<뉴스9>은 이 기간 동안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가운데 김정남 피살 등 북한 관련 보도를 압도적으로 많이 보도했다. 사건 다음 날인 15일 KBS<뉴스9>과 SBS<8뉴스>가 각각 14꼭지, MBC<뉴스데스크>가 12꼭지를 보도하며 유사한 보도량을 보였다. 하지만 KBS는 16일 이후 타사와 비교해 2배에서 3배 가까이 보도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22일 발표한 모니터링 보고서 자료.

언론노조 KBS본부는 “뉴스 발굴과 기획, 가치에 대한 판단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KBS의 북한 관련 보도는 지나치게 많다”며 “한 꼭지로 내보내도 될 내용을 2, 3꼭지로 벌려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북한 관련 보도가 늘어나자 탄핵 심판과 특검, 대선 관련 보도는 축소됐다. <뉴스9>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북한 관련 11꼭지, 국정농단 관련 9꼭지를 보도했다. 반대로 타사는 국정농단 꼭지를 늘리고, 북한 관련 보도는 축소했다. 20일과 21일에는 북한 관련각각 14, 11꼭지를 보도하며 정점을 찍었다. 반면 국정농단 관련 보도는 각각 2,3 꼭지에 그쳤다. 타사는 정반대의 보도수를 나타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쯤되면 KBS가 북풍몰이식 보도로 탄핵 정국의 국민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이상하지 않다”며 “그나마 내보낸 국정농단 관련 보도도 대통령 측에 유리한 스탠스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2일 ‘내란’을 운운하는 등 헌재에서 막말을 쏟아냈다는 지탄을 받은 김평우 대통령 대리인에 대해 상식적인 것처럼 묘사했다”며 “21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김정남 암살, 비난할 처지 아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몰아세우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KBS<뉴스9> 방송 보도 리스트 캡쳐.

북한 관련 보도에서 각종 추측성 표현이 난무해 안보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추정된다’는 각종 추측성 멘트가 난무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서술로 보도의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내용을 기사화함으로써 안보 불안감만 자극해 오히려 국민을 위기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편집권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역사를 읽고 시대를 짚는 혜안이 없는 편집권은 저널리즘의 수치일 뿐이며 바로잡아야 할 대상일 뿐”이라며 “안보 위기감을 자극함으로써 시청률 잘 나온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전달이라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