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이 단독 의결했던 MBC 노조탄압 청문회가 연기됐다. 환노위 야당은 MBC의 직원사찰프로그램 트로이컷 사건, 백종문 녹취록 사건, 노조탄압, 부당인사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일 환노위 야당은 MBC 노조탄압 청문회와 함께 삼성 백혈병, GM대우 관련 청문회 실시의 건을 단독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부터 전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했고, 결국 야4당은 19일 자유당에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입장표명 ▲청문회 일정, 대상 등을 간사협의로 정하는 등을 약속하고 국회를 정상화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23일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홍영표 위원장은 "지난 13일 청문회 3건을 의결했다. 타당성에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래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의결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그러나 자유당과 바른정당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결과 야4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청문회에 대해 시기와 대상을 조정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의결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그렇지만 간사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영표 위원장은 MBC 청문회에 대해 "MBC의 경우에는 2010년부터 계속해서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노조탄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면서 "그런데 몇 년째 간사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청문회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MBC는 청문회를 두고 방송을 총동원해도 폄훼·왜곡·비난보도를 하고 있다"면서 "언론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MBC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공정방송에 대한 자신들의 윤리규정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면서 "다음에 청문회를 하게 되면 이번 결정을 두고 얼마나 편파·왜곡 방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공정방송이 우리 위원회의 소관은 아니지만 노사관계 악화가 공정방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MBC가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결국 국민에게까지 피해가 가게되고, 그런 문제들이 배경이 돼 청문회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반드시 임시국회 회기 내에 간사협의를 도출해 달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의사진행이 되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여야 협의에 의해 상임위 단독 의결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지만, MBC 등에 대한 청문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태경 바른정당 간사는 "MBC 청문회와 삼성 청문회는 기존에 간사협의 과정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서 "논의도 안된 것을 우리가 나간 시간에 기습통과시켰어야 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MBC 청문회와 삼성 청문회는 원천무효화하고 간사협의에 맡겨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하태경 간사의 말은) 간사협의를 거치지 않고 긴급동의로 진행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해된다"면서 "그러나 이미 결의된 안건을 취소하고 다시 하자는 것 역시 긴급동의가 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간사협의 안건으로 해서 일정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 문제는 그 선에서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환노위는 결국 향후 일정을 정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연기하고 여야 4당 간사가 청문회 일정, 대상 등을 논의하는 '청문회 실시 계획 변경의 건'에 합의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MBC 청문회 등 실시와 관련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간사 간 합의된 날짜로 변경하고자 한다"면서 "2월 임시국회까지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고, 환노위는 이 같은 내용을 특별한 이견 없이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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