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는 11월 가을 개편을 앞두고 손석희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MBC 스스로 경쟁력을 저버리는 상식 이하의 결정”이라며 진행자 교체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MBC노조는 12일 오후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그것도 신뢰도 1위-영향력 1위의 언론인을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교체한다는 것은 납득을 하고 못하고의 차원을 떠나, 누가 보더라도 MBC 스스로 경쟁력을 저버리는 상식 이하의 결정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극우 단체는 물론 권력 핵심의 인사들이 <100분토론> 진행자 교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엄기영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내외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사측이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순수하게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경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진행자 교체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에 대한 굴종이요 눈치 보기라는 구성원들의 의심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MBC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라고 덧붙였다.

▲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100분 토론' 홈페이지 캡처
“손석희 교체 여부 논의 중…10월 말 교체 여부 확정”

현재 MBC는 오는 11월23일 가을 개편을 앞두고,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교체를 논의하고 있으며, 10월 말 교체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정관웅 보도제작국장은 12일 오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오는 11월23일 개편을 앞두고 각 프로그램 별로 개편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10월 말에 진행자 교체를 포함해 구체적인 개편안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손석희 진행자 교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체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가 비상 경영을 하고 있음으로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나온 것도 있고, 내부자를 발탁하자는 의견도 있고, 진행을 맡은 지 오래되었으니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뿐 아니라 <100분 토론> 구성 또한 새롭게 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이는 개편을 앞둔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씨에 이어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손석희씨와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100분 토론> 제작진 또한 홍보팀을 통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MBC노조 관계자는 “이번 교체 논의가 실제 외압의 측면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갖는 파급 효과는 외압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김제동씨의 경우도 그렇고, 공영방송이 제작비 절감 등을 이유로 진행자를 교체했을 때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회사가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이번 라디오 개편에서 진행자 교체가 검토되지 않고 있다.

한 라디오본부 PD는 “라디오본부의 경우, 개편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며 “손석희 교수는 <시선집중>의 방송을 계속 맡게 되며,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씨도 계속 진행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MBC노조의 성명 전문이다.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00분 토론> 진행자가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측은 진행자 교체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이번 달 말쯤 개편과 함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조합은 이 같은 사측의 모호한 태도가 진행자 교체에 따른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규정한다.

지난 4월 사측은 사내외의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를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사측은 앵커교체의 이유로 뉴스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구성원은 많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뉴스의 경쟁력은 향상됐는가? 오히려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은 MBC 업무보고에서 “최근 MBC뉴스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함으로써 우리 뉴스가 누구의 입맛에 맞춰 바뀌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더욱이 “신경민 앵커가 나갔으니 다음은 손석희가 나갈 차례”라는 극우단체들의 환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측이 스스로 나서서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설에 군불을 지피는 데는 할 말을 잃게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도 생사가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에는 명백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물며 공영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그것도 신뢰도 1위-영향력 1위의 언론인을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교체한다는 것은 납득을 하고 못하고의 차원을 떠나, 누가 보더라도 MBC 스스로 경쟁력을 져버리는 상식 이하의 결정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금 MBC가 놓인 상황을 보라. 극우 단체는 물론 권력 핵심의 인사들이 <100분토론> 진행자 교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들의 요구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내외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측이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순수하게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경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진행자 교체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에 대한 굴종이요 눈치 보기라는 구성원들의 의심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MBC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손석희씨가 수년째 얻고 있는 ‘신뢰도 1위-영향력 1위’라는 언론인의 자리는 프로그램 진행자 개인이나 제작진 몇 명만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MBC 구성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다. 과거 경영진은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외부 간섭과 압력에 대해 프로그램을 지킬 만한 수준의 자존심과 배짱은 있었다. 현 경영진처럼 외부의 간섭과 압력에 휘둘려 이것저것 다 내주고 나면 과연 MBC에 무엇이 남겠는가? 구성원들이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가? 만약 오해라면 당장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시도를 즉각 중단하는 것만이 구성원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유일한 방법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9년 10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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