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한 4대강 사업에 대한 라디오 광고가 이병순 KBS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방송협회(이하 방송협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KBS 국정감사에서 “환경운동연합의 ‘4대강 라디오 광고’가 방송협회 심의에서 2차례나 보류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협회가 정치적 판단에 의해 광고심의를 좌지우지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영택 민주당 의원
조 의원에 따르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9일 4대강 사업에 대한 라디오 광고를 위해 서울대 김정욱 교수와 팔당댐 인근에서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최요왕씨의 의견을 녹음해 방송협회에 심의를 요청했으나 방송협회는 ‘진실성 결여와 소비자 오인’을 이유로 두 차례 모두 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의원은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논리를 담은 미디어법과 4대강 광고는 아무런 문제없이 방송되고 있지만, 국민 의견 광고는 방송협회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면서 “이는 법적 근거도 없고, 형평성도 부족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방송협회에 의해 심의 보류된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요왕 주민 편 : “상수원 보호 때문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안 씁니다. 근데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 단지를 없애고 위락시설을 짓는다는데 그게 강살리기 입니까?”

김정욱 교수 편 : “4대강 사업으로 댐을 스무 개나 짓는 다네요. 강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물이 더러워지고 우리 식수가 위협받습니다.”

이와 관련해 방송협회는 최요왕씨 편에 대해 ‘위락시설’ 표현에 대해 “유흥시설의 뉘앙스도 있어서 문제”, “유기농 단지의 일부가 유지되므로 전부 없어지는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또한 김정욱 교수 편에 대해서 “정부계획에는 ‘보’만 있고 ‘댐’이 없으니 ‘댐’을 ‘보’로 바꾸고 수질악화도 단정하지 말라”고 심의를 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방송협회는 “보(댐) 자체는 식수와 수질을 악화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 라디오 광고에는 단정적으로 사용했다고 보류했으나 댐건설에 따른 수질오염이 진행된 사례에 대한 연구와 경험은 충분히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유흥시설로 직접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유기농 단지가 일부분 남는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주장을 일반화해서 받아들이고 많은 시민단체에서 자료와 근거를 갖고 유기농 단지가 없어진다고 광고하는 것이 과장됐다고 심의 보류를 한 것은 객관적인 심의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정욱 교수 편에 대해서도 “‘보’는 농업용 소규모 저류시설 등을 일컫는 경우가 있으나 학문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고, ‘보’나 ‘저수지’와 달리 국내 법률 체계 내에서 등장하지 않는 개념이다”면서 “4대강 사업의 댐들은 높이가 15m 이내인 경우라도 모두 강 본류를 막는 대형 구조물인데, 이는 국제대형댐학회(IOCLD)의 대형댐 기준인 ‘높이 15m 이상 또는 길이 300m 이상 또는 저수용량 100만톤 이상’에 중복 해당되어 국제적으로 대형댐으로 분류된다”고 반박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방송협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방송협회의 심의보류에 대해 “사실상 방송광고 사전심의를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의 방송광고사전심의 위헌 판결의 요지는 방송광고사전심의제도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라며 “방송협회의 보류 사유를 보면 사실상 정부 정책에 반하는 광고에 대한 사전 검열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이번 경우처럼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심의를 한다면 사전 검열을 금지했던 헌재 판결 취지에 위배된다”면서 “최종적인 책임은 현재 협회장인 이병순 사장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택 의원은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등이 ‘언론악법 TV광고’를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방송협회의 광고심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방송협회의 1, 2차 심의 및 재심의 결과와 심사위원 신상 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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