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내부 법무팀의 비정규직의 해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는 내부문건이 공개됐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KBS가 대규모 비정규직 계약해지(해고)를 앞두고 ‘연봉계약직’에 대해 기간만료시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할 경우 법적 문제에 대해 KBS 법무팀에 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이 공개한 ‘연봉계약직 관련 검토 회신’ 문건에 따르면 KBS 법무팀은 대법원 판례 및 통상적인 법리의 근거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으며, 매년 재계약을 해왔던 연봉계약직과의 계약관계를 현 계약 만료 시점에서 종료할 경우 그 효력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고 기재돼 있다. 또한 “소송으로 갈 경우 그 결과에서 KBS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이병순 KBS사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는 언론노조 KBS계약직 지부원들 ⓒ곽상아

전 의원은 “그러나 KBS가 사실상 법무팀의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대량 계약해지를 준비해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KBS가 법무팀에 의뢰한 날짜는 6월 2일이며 법무팀이 KBS에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연봉계약직 관련 검토 회신’을 보낸 것은 6월 8일이다. 그러나 KBS는 6월 15일 경영개혁단을 통해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연봉계약직 총 420여명에 대해 ‘재계약 중지 원칙’을 밝히고 자회사 등에 대한 업무 이관 등 도급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해 갱신되는 경우 사용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면서 “명색이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캠페인은 고사하고 오히려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과 부당한 해고를 일삼는다면 스스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의원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4~5년이고 최장 10년 된 노동자도 다수”라면서 “현재 해고된 노동자들 상당수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임에 따라 KBS가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 법무팀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과 규정을 무시하고 7월 1일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던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한국노총이 ‘비정규직법 시행 관련 고용변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73개 공공기관에서 6월 30일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 비정규직 375명 가운데 57%에 해당하는 217명이 계약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KBS는 지금까지 47명을 해고, 자회사로 전적시키기 위해 해고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무려 209명에 달하는 인원을 해고해 어떤 공공기관보다 많은 숫자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과연 사회적 소외계층 보호에 앞장 서야 할 공영방송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비정규직 해고로 업무효율성 떨어져”

전 의원은 또한 “의원실에서 입수한 KBS 내부 문건을 보면, 계약직 인력이 계약해지된 후 일반 직원이 배치됐지만 작업 숙련도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해 그래프나 도표 등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이 불가하며, 시급하게 제작해야 할 서브타이틀, 코너 타이틀 제작 불가, 각종 화면 디자인 불가 등으로 작업속도가 1/3으로 저하됐다고 보고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이런 부작용을 하루 속히 쾌유하는 방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중장기 고용안정 계획을 세워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등이라도 고용안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체 인력에 대한 검토를 했는지 의아스럽다. 청와대의 지시와 정권 코드 맞추기의 해고가 자행된 것이라면 이에 대해 이병순 KBS 사장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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