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비정규직 정리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계약직지부(지부장 홍미라)와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이 ‘KBS 비정규직 대량 해고 진상 규명과 단체협상 및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를 위해 KBS계약직지부 노조원 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BS가 지난 6월 연봉계약직 정리 방안의 근거였던 인건비 산정이 1인당 평균 1천만원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KBS계약직지부와 전병헌 의원은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KBS계약직지부와 전병헌 의원이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병헌 의원 블로그
앞서 이병순 KBS 사장은 지난 9월23일 KBS 2008 회계연도 결산 승인을 위해 국회 문화체유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계약직사원들의 평균연봉은 2천4백~2천5백만원이며, 무기계약 전환 시 적용받는 연봉은 7직급 평균 연봉의 70%인 3,800만원”이라며 “KBS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KBS는 또 다른 방만경영의 고착화를 벗어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KBS 연봉계약직 사원들의 평균 연봉은 약 2천96만원으로 이병순 사장이 밝힌 2천4백~2천5백만원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KBS가 국정감사 자료로 공식제출한 연봉계약직 평균 연봉, 2천2백34만원보다도 적은 액수이다.

또 연봉계약직 사원들이 단체협약시 희망하는 연봉 수준은 평균 2천8백89만 원으로 밝혀져, KBS가 추산한 평균 3천8백만원과 비교했을 때 약 1천만 원 정도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병헌 의원은 “KBS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란 홍보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고용안정을 위한 당사자들과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자기 입맛대로 작성한 통계와 추정치를 근거로 비정규직 대량학살을 주도한 것”이라며 “KBS 이병순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가족처럼 일했던 수백 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약직지부 홍미라 지부장도 “(KBS는) 지난 6월 경영회의에서 비정규직 정리로 인해 기대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연간 16억원이라고 밝혔는데 이 수치 역시 과장된 것”이라며 “사측은 비정규직 대량 해고를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 정규직화로 고용 안정해야”

한편, KBS계약직지부 노조원들은 KBS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으로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 안정’(92.3%)을 꼽았다. 이 밖에 무기계약을 통한 고용 안정(3.3%), 임금과 복지 등의 처우 개선(2.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KBS계약직지부 노조원 가운데 약 80%가 전문성이나 숙련도에서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KBS 정규직에 비해 전문성이나 숙련도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83.2%가 ‘거의 비슷하다’고 응답했으며, ‘많은 차이가 있다’는 답변은 4.2%에 불과했다.

‘KBS에서 정규직에 비해서 업무 수준이나 업무량에 대한 합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63.8%가 매우 큰 차별을 받고 있다, 27.7%가 대체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8.5%만이 대체로 합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어느 때 가장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39%가 ‘해고 불안 등 고용 불안정’을 꼽았으며,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 차이’(32.9%), ‘비정규직이라서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할 때’(15.9%) 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 설문조사는 KBS계약직지부 노조원 112명 가운데 95명이 참여해 84%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지난 8월19일부터 10월7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조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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