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안팎의 반발에도 오는 23일 MBC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시민단체와 MBC구성원들은 최종후보자 3명을 ‘자격 미달’로 평가하고, 절차를 강행하는 방문진 앞과 상암동 MBC 광장에서 23일 규탄 집회를 연다.

방문진은 23일 오후 2시 여의도 율촌빌딩 6층 방문진 회의실에서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 MBC 사장 등 차기 MBC 사장 후보자에 대한 면접심사를 거친 뒤 표결을 통해 신임 사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언론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방문진(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앞서 방문진은 지난 16일 정기이사회에서 전체 9명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6명만의 투표를 통해 전체 사장 후보 14명 가운데 3명의 후보를 걸러냈다. 야당 추천 이사 3명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방문진 법 개정안 등을 이유로 사장 선임 절차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수 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퇴장했다.

MBC 구성원들은 방문진의 새 사장 선임 강행에 반발하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과 함께 23일 오후 1시 여의도 방문진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이날 저녁 6시30분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는 언론노조 MBC본부 주최로 개최되는 촛불집회도 이어진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2일 발행한 노보에서 방문진의 차기 사장 강행에 대해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 박근혜 체제를 연장해, MBC를 극소수 극우세력의 마지막 저항기지로 삼겠다는 뜻”이라며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23일 방문진 앞 1시 집회와 저녁 6시30분에 전 조합원 집결을 예고했다.

권재홍·문철호·김장겸은 “MBC 추락의 장본인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보에서 방문진이 압축한 후보 3명에 대해 “오늘날 MBC를 처참하게 추락시킨 장본인들”이라며 후보자들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발행한 노보 참조.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권재홍 부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과 안광한 현 사장 체제 동안 <뉴스데스크> 앵커와 보도본부장, 부사장을 거쳤다. 그는 2012년 170일 파업 과정에서 보도 부문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 대규모 부당전보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또한 부사장에 오른 이후에도 징계 및 부당 전보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5월 파업 중이던 노조 조합원들이 자신의 허리 등에 ‘물리적 충격’을 입혔다고 주장하며 뉴스 진행에서 중도하차했고, <뉴스데스크>는 이 상황을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이 공개되자 그는 ‘정신적 충격’에 의한 두통 증세였다고 말을 바꿨다. 노조가 이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반론보도 판결을 확정했다. 4년만인 2016년 3월11일 <뉴스데스크>는 톱 기사로 반론보도문을 내보냈다.

문철호 부산 MBC사장은 2011년 보도국장으로 불공정 보도를 일선에서 지휘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또한 2012년 170일 파업을 촉발시킨 직접적 책임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공정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묵살했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들의 퇴진 요구와 제작 거부가 시작되자 “징계를 밀어붙이라”는 김재철 당시 사장의 강경대응 주문을 수행했다. 그는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MBC기자협회에서 제명됐다.

‘낙점설’의 주인공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2011년 이후 MBC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로 꼽힌다.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 정치부장으로 임명돼 각종 정치 이슈와 선거·관련 보도를 편파적으로 지휘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당시 편집회의에서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가 보도국장으로 있을 당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MBC뉴스는 ‘영향력, 0.7%, 신뢰도 0.5%’를 받았다. 2015년 2월 보도본부장 선임 뒤에는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그가 지휘하는 MBC<뉴스데스크>는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지연 했으며, ‘태블릿PC 증거능력’에 대한 의혹을 끈질기게 시도했다는 평가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오후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 핵심 인사가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그분의 뜻’이라며 유력 인사를 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김장겸 낙점설’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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