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 교도소까지 들어간 민호. 그의 광기는 끝이 없다. 억지로 잠재우고 있었던 살인 충동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피고인>의 재미는 두 사람의 대결에 있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인 재벌 2세와 검찰의 대결 구도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박정우와 차민호 진검승부;
오열과 광기 사이 본격적인 대결 시작, 반복되는 마음의 소리는 극 전개 방해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고 사는 차민호는 스스로 정우가 있는 교도소를 찾았다. 본인이 직접 정우를 죽이기 위함이다. 연희의 동창이자 자신의 형이 숨겨두었던 연인 제니퍼 리를 죽인 후 다시 한 번 그 살인의 기억은 강렬해졌다.

완전 범죄를 위해 민호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정우와 아직 살아있는 그의 딸 하연을 제거하는 것이다. 성규가 데리고 있을 것이란 추측에 추적을 하고 있지만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연을 찾는 것은 민호의 수족인 석이가 도맡아 하고, 정우는 민호가 담당해 마무리를 하겠다고 나섰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차민호는 정우와 지수의 친구였던 준혁이 돌아간 후 정우의 집을 찾았다. 정우를 잠재우고 민호는 잔인하게 지수를 죽였다. 왼손잡이인 정우를 범인으로 몰기 위해 손을 바꿔가며 범행을 저지른 민호는 잠에서 깬 정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쓰라 강요했다.

정우가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딸 하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 그 딸을 찾기 위해서라면 아버지의 이름으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잔인한 살인자가 되어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는 정우는 자신 앞에 수의를 입은 민호가 나타나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극단적인 행동까지 할 수도 있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속이며 민호를 알아보지 못하는 연기를 하는 정우와 달리, 그의 기억을 깨우려 노력하는 차민호의 악랄함은 잦은 충돌을 불러온다.

이번 방송의 핵심은 크림빵 사건이다. 장기자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민호는 선뜻 자신이 연극을 했었다며 연기를 해보이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그가 보인 연기는 바로 정우의 아내 지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정우 앞에서 자신이 행한 살인을 연기하는 민호에 분노해 죽이겠다고 나선 정우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바로 크림빵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이미 모든 것을 눈치 챈 밀양 덕분이었다. 25년 전 처가집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그는 정우와 민호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우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게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긴 정우가 서럽게 울며 크림빵을 먹는 장면은 서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분노를 삭이기 위한 정우의 그 처절함은 강렬한 복수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후반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9회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이어졌다. 민호는 자신의 변호인으로 정우를 변호하던 서은혜를 지명했다. 너무나 명확한 이유 때문이다. 정우를 견제하고 그의 상황이 어떤지 알아내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상황에서 서은혜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지금까지 존재감이 없던 서은혜 변호사가 반전을 이끌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니 말이다.

큰 변수 중 하나는 하연이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준혁이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친구를 팔아넘긴 한심한 존재인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준혁은 정우가 살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거는 그렇게 정우가 살인범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돈과 명예가 아닌 우정을 택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안위를 선택한 준혁에게 온 하연의 전화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성공만 바라봤던 준혁은 하연의 전화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스스로 버린 정의감과 우정이 되돌아오게 만드는 이유를 정우의 어린 딸 하연이 이끌어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정우가 살인죄로 이감된다는 사실을 안 민호는 교도소를 바꿔버린다. 탈옥을 하기 위해 스스로 살인범임을 인정한 정우인데 민호로 인해 더 탈옥이 어려운 곳으로 이감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의 힘으로 법이라는 허울로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저항할 수 없는 현실에서 흐름을 바꾼 것은 정우의 지략이다. 민호가 자신을 다시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징벌방 벽 안에 새겨두었기 때문이다. 다시 월정 교도소로 돌아온 정우는 민호와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된다. 민호가 사들인 살인자와 정우의 교도소 친구들이 벌이는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처가집 살인 사건의 주범인 밀양은 정우와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밀양의 무죄 역시 정우가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교도소 사람들은 정우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그들의 끈끈함이 돈 권력을 가진 민호와 맞서는 힘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연의 목소리를 들은 준혁의 변화도 읽혀진다. 그가 아무리 자신의 안위를 위해 모든 것을 부정한 파렴치한 존재라고 해도, 하연의 목소리마저 외면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변수는 등장했고, 이런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축이 만들어져 민호가 가진 권력과 맞서 싸우는 구도가 된다.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조금씩 진실을 풀어내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속도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출연진의 분노 후 마음의 소리였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다.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 짜여진 각본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다.

크림빵을 먹으며 분노하는 지성의 연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장면 하나로 부인을 잃고 아이의 행방까지 찾아야 하는 지독한 운명에 놓인 아버지의 모습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악랄함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엄기준의 광기 역시 <피고인>을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만들어진 변수들이 과연 어떻게 반전의 힘으로 다가올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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