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자회사로 독자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MBC 경영진 방침에 지역MBC 관계자는 “지역MBC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와함께 ‘지역MBC 고사’와 ‘MBC 민영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7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 보고에서 경영진은 “각 방송사가 독자 광고회사를 설립하고 지분도 51% 이상으로 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상파 방송 광고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 등의 광고도 끼워 팔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판매(교차판매)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MBC 경영진의 입장은 미디어렙의 ‘1사 1렙’을 주요 골자로 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동일하다.

▲ 엄기영 사장 취임식에 참석한 박성희 경영본부장, 최영근 제작본부장, 이재갑 편성본부장, 김세영 부사장, 엄기영 사장, 김승한 감사,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문장환 기술본부장 등 경영진의 모습 ⓒMBC

지역MBC 관계자 “서울MBC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안 아니야”

지역MBC 한 관계자는 “지역MBC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MBC의 ‘1사 1렙’은 결국 지역MBC의 광역화와 맞닿아 있다”면서 “서울MBC 기획실이 지역MBC를 나서서 광역화할 수 없으니까 방송광고판매제도 변화를 이용해 군소방송사를 도태시키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그는 “서울MBC의 ‘1사 1렙’ 방안은 교차판매에 대한 보장만 있을 뿐 (지역)연계판매에 대한 보장은 없다”면서 MBC 경영진의 보고내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중앙에 광고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역MBC는 지역민방과 동일하게 수도권 광고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일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지역MBC 사장단이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1사 1렙’은 서울MBC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영방송을 주장해온 MBC가 미디어렙 논의를 통해 분열된다면 과연 MBC의 정명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지난 8월11일 오전, 방문진 이사들이 임시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다.ⓒ송선영

조준상 소장, “MBC의 ‘1사1렙’은 MBC 사영화로 이어질 것”

이와 함께 MBC가 미디어렙을 독자적으로 가져갈 경우 MBC가 민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독자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는 MBC 경영진 안은 MBC가 직접영업하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MBC가 미디어렙 자회사를 설립하면 공적 체계는 사실상 없어진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알려진 바에 따르면 MBC에서 ‘공영으로 가면 SBS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명확치 않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 소장은 “오히려 MBC가 미디어렙을 자회사로 가져가면 MBC가 사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나 EBS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후신에 일정한 지분을 소유하지 않을 경우, 공적 소유의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을 KBS와 EBS로 한정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면서 “따라서 MBC가 공영방송으로 남으려면 MBC가 참여하는 미디어렙 역시 공적 소유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의 재원이 광고로 이뤄지는만큼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하기위해 ‘1사 1렙’을 고육지책으로 선택했을 수 있으나 오히려 이런 선택이 ‘제 무덤을 파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어 조 소장은 “MBC 경영진 안을 보면 크로스 판매(교차판매)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방송광고시장을 차지하는 특정 방송그룹에 대한 점유율 상한선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영진에서는 (지역)연계판매에 대한 입장이 제시되지 않은 것 같다. MBC에서 미디어렙 자회사를 설립하면 ‘내부자거래’ 등으로 (지역)연계판매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계판매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 지역MBC는 광고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는 상황이다.

한상혁 이사, “MBC 미디어렙 설립 신중한 검토 필요”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한상혁 방문진 이사(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MBC의 ‘1사1렙’에 대해 “임시 이사회는 MBC의 입장을 보고 받는 자리여서 이사들은 ‘찬성’과 ‘반대’ 이야기는 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의견이 있는 이사들이 MBC 안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개인적으로 ‘1사 1렙’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데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1사 1렙’의 경우, 각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직접 보유하게 돼 ‘실질적’으로 또 다른 신규진출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MBC에서 51%를 출자해서 미디어렙을 만들면 지배주주가 되어 회사와의 ‘내부자거래’가 된다는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MBC는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렙 설립이 유리하다고 본 것 같은데, ‘찬성’과 ‘반대’로 규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중한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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