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트와이스 콘서트는 6시간 뒤에나 시작하는데 트와이스 팬들의 긴 줄이 공연장을 기점으로 몇 백 미터나 이어져 있던 것이다. 트와이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대개의 걸그룹 콘서트는 남성 팬 위주지만 이들의 콘서트를 찾은 발길 가운데에는 여성 팬들도 많았다.

트와이스는 개월 수로만 보면 데뷔한 지 24개월, 2년도 안 된 신생 걸그룹이지만 요즘 대세 걸그룹이다. 이들의 대표곡인 ‘우아하게’와 ‘치어 업’, ‘TT’ 세 곡의 MV는 모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월 17-19일 사흘 동안 모인 팬들은 1만 5천여 명이라고 하니, 하루에만 5천 명 이상의 팬들이 운집한 셈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트와이스 랜드-디 오프닝’ 콘서트 ⒸJYP엔터테인먼트

19일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트와이스 랜드-디 오프닝’ 사흘 동안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트와이스가 노래할 때는 팬들의 함성이 공연장의 천정을 찔렀는데, 이들 팬의 위세는 마치 군대 위문공연을 하러 온 걸그룹을 향한 군인들의 ‘떼창’처럼 대단했다.

콘서트 현장에서의 애교 담당은 다현. 다현은 “요즘 고민이 있다. 요즘 너무 귀여워져서 고민이다”라는 멘트로 팬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미쳤나봐’하는 멤버들의 장난에도 다현은 “요즘 애교가 많아졌다”라며 ‘1더하기 1은 2’ 시리즈 애교로 콘서트 현장에 운집한 팬심을 녹였다.

이에 질세라 정연이 다현의 애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다현이처럼 못해...”하며 손사래를 치다가 정연은 손가락으로 두 볼을 가리키며 ‘하이 하는 애교와, 두 턱이 심히 보이는 ‘셀프 디스’ 애교를 선보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트와이스 랜드-디 오프닝’ 콘서트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멤버들이 분장을 가다듬는 콘서트 영상에서는 트와이스 멤버들이 콘서트를 준비하며 의견을 나누는 아이디어 회의가 공개되었는데 tvN ‘도깨비’의 인기가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트둥이 사랑해’하고 가슴에 꽂힌 칼을 뽑으면 ‘칼 군무’를 선보인다는 콘셉트 아이디어는 ‘도깨비’에서 공유 가슴에 꽂힌 칼을 패러디한 것이다.

지효와 정연, 미나가 선보인 ‘4미닛’ 무대에선 평소 트와이스에게서 찾을 수 없는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였다. 채영과 나연, 모모와 사나가 선보인 비욘세의 'Yonce‘ 무대는 플로어 안무 콘셉트로 구성된 섹시미를 선보였는데, 플로어 무대이다 보니 무대 스피커에 멤버들이 가려 시야가 제한되는 단점이 보였다. 멤버들의 귀요미 담당인 다현은 쯔위와 함께 터보의 ‘검은 고양이 네로’로 귀여움의 끝판왕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 트와이스의 콘서트는 다른 콘서트와는 차별화하는 점이 두 가지 눈에 띄었다. 첫 번째는 홈런 친 히트곡을 콘서트 초반에 선보였다는 점이다. 대개의 콘서트는 히트곡을 콘서트 후반부나 맨 마지막에 배치한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우아하게’와 ‘치어 업’을 콘서트 초반에 배치하는 남다름을 선보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트와이스 랜드-디 오프닝’ 콘서트 ⒸJYP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단화’다. 대개의 걸그룹 콘서트는 여성미를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힐을 신고 두 시간 이상 노래를 부르기 일쑤다. 하지만 이는 젊을 때인 이십 대에는 모르지만 삼십 대가 지나고 나면 몸에 무리가 온다. 90년대를 주름잡던 90년대 아이돌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힐을 신고 노래를 한 까닭에 허리 통증이 남아있다는 고백을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다.

이날 트와이스 콘서트에서는 힐을 신은 무대를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무대에서 두 시간 이상 뛰어다닐 트와이스를 위한 JYP엔터테인먼트의 배려가 느껴지는 ‘단화’가 아닐 수 없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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