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국구' 방송을 통해 "허지웅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조 교수의 말을 방금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세더군요. 나도 글을 쓸 때 "세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입니다만, 그 강도 면에서 잽도 못 내밀겠더이다.

그런데 몹시 우려스럽습니다. 허지웅을 향해 내갈긴 그 강펀치가 보기에 시원하고 통쾌하긴 한데 그 충격파가 외려 조 교수와 조 교수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에게 돌아갈 듯 해서 말이죠. 그래서 이렇듯 서둘러 글을 올리는 겁니다.

조기숙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먼저, 조 교수가 분개하고 있는 허지웅의 발언에 대해 말하자면, 백번 천번 허지웅이 잘 못 한 게 맞습니다. "일베와 친노가 똑같다"니요? 아니, 아무리 '친노'가 싫고 '깨시민'이 싫기로서니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벌레라 칭하는 무리들과 동격에 놓고 비교한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 일입니까?

이제껏 허지웅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줄도 전혀 몰랐습니다만, 만약 알았다면 조 교수가 나서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나섰을 겁니다. 일베 없는 세상에서 살고픈 게 내 꿈 가운데 하나거든요.

조 교수가 지적했듯이, 모니터 뒤에 숨어 혐오발언을 일삼는 일베는 법과 질서가 제대로 운영되는 나라, 건전한 상식이 작동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악성종양같은 백해무익한 사이트입니다.

독재자를 찬양하고,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여성과 지역 비하 등을 일삼고, 범죄모의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이런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나라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잘못됐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듣자니, 선진국에서는 인종이나 국적, 출신 등에 대해서 혐오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서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던데, 우리도 어서 빨리 혐오발언 처벌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일베를 청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속히 마련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2년 전부터 민주당 측에서 관련 법안을 추진한다 어쩐다 하며 뜸만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 교수가 비록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부디 이 일에 앞장 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새 술, 아니 새 정부에 걸맞는 새 언어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조 교수님, 일베의 범죄상이 이렇듯 심히 가증하고 또 이런 일베를 친노나 노사모와 함께 거론한 허지웅의 무지와 무식이 소름끼치도록 싫지만, 그렇다 해도 조 교수가 '시민 블랙리스트'란 단어까지 꺼내든 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고 너무나 오바스런 표현이라고 지적을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대체 블랙리스트란 단어가 여기서 왜 나옵니까? 블랙리스트 망령에 아직도 온 나라가 벌벌 떠는 판에 말예요. 물론 조 교수가 어떤 의미로 그 말을 했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블랙리스트같은 걸 만들어서 운영하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비유적 표현으로 그리 말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허지웅 인스타그램

그러나 블랙리스트는 장난으로라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블랙리스트에 상처입고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만들어 갈 민주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 같은 단어 자체가 끼어들 어떤 건덕지도 주면 안 됩니다.

설사 사실과 다르고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도 누구에게나 발언할 기회는 주어져야 합니다. 허지응뿐만 아니라 박사모 일베 같은 사람들에게도. 단, 그럴 경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엄중한 사실을 함께 상기시켜 주는 게 필요하겠죠.

허지웅은 그가 내뱉은 쓰레기발언들로 인해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될 겁니다. 그의 모습이 보기 싫더라도 예능프로에 나오는 걸 뭐라 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시사와 관련해서 그가 사실과 틀린 말을 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말을 하면 그땐 얼마든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도 될 테지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다 가동해서 말이죠.

글을 맺기 전에 조 교수에게 충언컨대, 부디 말을 아끼십시오. 요즘 발언을 많이 하시는 듯 한데 너무나 워딩이 세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여간 불안한 게 아닙니다.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행여 상대방에게 곡해될 여지를 주는 말은 삼가하는 게 좋습니다. 작금의 '시민 블랙리스트' 발언도 그런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서둘러 사과하시고 정확하게 해명하시기 바랍니다. 한 끼 식사를 같이 했던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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