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 대해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는 "과연 언론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이번 사건을 가지고 큰 뉴스로 올리고 싶어하는지 구별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언론은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KBS보도에 반응하는 대중들의 분노에 반응하면서 경쟁적으로 표절을 남발하고 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법의 허점을 이용해 유아 성폭행범들이 처벌을 피해가는지, 피해 아동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과연 지금 언론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진중권 중앙대 교수 ⓒ개인 블로그
진 전 교수는 "재판이 이미 세번 이뤄졌는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추적한 언론은 없었다. KBS에서 먼저 보도를 하니까 뒤늦게 다른 언론들도 난리를 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론이라면 대중들의 도를 넘어선 분노는 걸러내야 한다. 대중의 분노 중 정당한 부분을 끄집어내 논리적으로 표현해야는데 과연 지금 언론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해당 사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발언에 대해 "손쉽게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범죄를 처벌하는 건 사법부에게 맡기고, 대통령이라면 어린이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의 '화학적 거세'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화학적 거세란 일종의 신체형인데 이는 근대적 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며 "성적 욕망을 절제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 주사를 놓기 시작하면 평생 놓아야 하고, 도중에 중단할 경우 오히려 남성 호르몬이 갑자기 강해지면서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때"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화학적 거세에 반대하는 것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단순논리가 너무 쉽게 횡행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범죄자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인권을 무시하는 사람의 인권을 우리도 무시하자고 할 경우 범인과 사회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범죄자는 인권을 무시해도 사회는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한다, 그래서 사회는 범죄자를 처벌할 자격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라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 범죄자의 인권을 말한다고 해서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범죄자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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