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의 용산 방문을 바라보는 일간지의 시각은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경향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된다.

동아일보는 강경하다. 사설 ‘용산 해결, 법과 원칙 지켜야 한다’에서 동아일보는 정운찬 총리의 방문에 대해 우선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의 차이를 냉철하게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용산참사는 “재개발지역 농성자들의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사회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벌어졌다”는 점, 화염병이 화인이라는 검찰 발표, 유족과 용산범대위가 “250여 일째 장례도 거부한 채 정부 사과와 철거민 임대상가 보장, 유가족 보상 등을 요구하지만 무리가 많다”는 점을 짚었다. 결론으로 “범대위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떼법’에 두 손을 들어 국기(國基)를 어지럽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정운찬 총리가 불법을 용인해 법치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사설 ‘정 총리의 눈물, 용산사태 해결의 계기 되길’은 동아일보의 강경한 입장에 견주어 비교적 누그러져 보인다. 중앙일보는 “정 총리의 유가족 방문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양 측의 소통을 언급했다. 아픔을 끌어안으려 한 정운찬 총리의 위문정치에 유족과 용산범대위도 호응해줄 것을 당부하는 식이다. 정운찬 총리가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더라도 법 질서의 엄중함이 훼손돼선 안 되며, 앞으로 철거민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질에 있어 동아일보와 차별이 없지만 다만 정운찬 총리가 밝힌 ‘유가족과 정부 간 대화의 통로’ 약속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점이 눈에 띈다.

한겨레는 사설 ‘중앙정부가 나서야 용산참사는 해결된다’에서 “사안의 성격상 중앙정부가 사태 해결의 주체로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며 발을 뺀 정운찬 총리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중앙정부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용산참사 해결,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에서 총리실과 유가족 및 범대위와의 ‘연락 통로’ 마련 약속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우리 사회 갈등 조정과 통합의 최우선 과제로 용산참사 해결을 꼽으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했다.

10월5일 자 동아일보 사설

‘연락 통로’ 이야기는 정운찬 총리와 유족 및 범대위가 나눈 대화 중에 확인된다. 김태연 용산범대위 상황실장이 “유가족, 범대위와 총리실이 직접 상황을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한 분 정도 선임해 달라”고 요청하자 정운찬 총리가 “총리실에서 의논 후 연락 통로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유족을 포함한 용산범대위로서는 통로 개설과 작동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용산참사 해결의 유일한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에 대한 유족과 범대위의 요구사항은 크게 △정부 책임 인정,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 △임시시장과 임대상가 등 보장 방안 제시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및 살인진압 재수사 등이다.

첫째와 셋째는 총리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입장 표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운찬 총리가 사태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둘째는 총리 권한 문제로 소급하기는 여의치 않은 점이 분명히 있다. 용산 참사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도 “현행 재개발은 세입자의 희생 위에 지주와 시행사가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이고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세입자들을 배려하고 공존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금세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지배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여기 사람이 있다-대한민국 개발잔혹사, 철거민의 삶’(삶이 보이는 창)에서 증언하고 있는 ‘주거 공간을 빼앗긴 수많은 사람들’의 ‘수탈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용산4지역의 경우도 그러하다.

2001년 용산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발표 당시 3.3㎡당 700만 원 정도 하던 땅값이 2008년에 평균 8,000만 원으로 올랐다. 용산4지역조합이 제시한 ‘정비사업 추산액 및 조합원 부담규모 및 시기’에 따르면 수입추산액은 1조9,372억 원이었고, 공사비, 보상비, 관리비 등 소요비용추산액은 1조340억 원 규모였다. 조합은 9천억 원의 개발이익을 기대했다.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은 5억4천만 원으로 추산됐다. 삼성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 등 시공사는 공사비로 5,992억 원을 확보했다. 건축물철거비로는 63억 원이 책정됐고, 이중 51억 원은 호람산업과 현암개발산업 등 철거용역업체의 몫으로 떨어졌다.

재개발의 주체는 시공자본, 조합, 지자체이며, 이 3자의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얽혀있다. 현행법은 이들 3자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정비되어 있다. 재개발조합은 용적률과 비례율, 미래가치를 따지고, 정비용역업체와 각종 용역업체가 달려들며, 행정을 둘러싸고는 구청과 시, 정치인과의 커낵션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시공사는 건설 수주를 따기 위해 혈안이 되고 모든 피해는 재개발 지역에 주거하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떨어진다. 결국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반복된다. ‘임대상가’, ‘임대주택’ 보장 방안은 법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가능하고, 따라서 용산 참사는 지배구조적인 문제를 다투는 것인만큼 총리의 정치적 언사로 좌지우지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사태 본질을 꿰뚫고 있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그래서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하다. 중앙일보는 정운찬 총리의 ‘연락 통로’를 긍정하면서도 철거민 문제 처리의 선례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용의주도함을 잃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태 해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용산범대위를 공격하는데 집중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서민과 약자를 이용하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상습적으로 교란하는” 용산범대위 같은 세력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겨레.경향신문은 ‘중앙정부가 나서라, 노력하라’라는 지당하지만 맹숭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쳤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