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양지 기자] “평일 밸런타인데이라고, ‘특수’라고 하는데 사실 저희는 잘 모르겠어요. 설에도 작년보다 선물제품 판매량이 20~30% 줄었는데, 밸런타인데이는 더 낮네요.”

“생활비도 빠듯한 대학생한테 백화점 상품이나 고급 선물은 말이 안 되죠. 딴 세상 이야기예요. 서로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선물하거나 ‘안 주고 안 받기로’ 하는 친구들도 꽤 돼요.”

밸런타인데이가 거의 지나갈 무렵인 14일 저녁부터 15일 오전까지 ‘밸런타인데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과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등을 돌아봤다. 밸런타인데이 당일, 늦은 저녁시간대임에도 중저가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판매처의 행사 매대에는 초콜릿 등 선물 상품이 아직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울산 시가지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본사에서 선물 상품을 작년보다 훨씬 덜 받았다. 여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나 주변 젊은 사람들, 아이 엄마들에게 물어봐도 밸런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잘 안 챙기는 분위기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갈수록 선물 상품 받는 양을 줄이는 추세다. 확실히 작년, 재작년보다 선물상품 사 가는 사람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평일 데이’라고 해서 더 많이 팔리는 느낌은 못 받았다는 것. 실제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요 며칠 동안 하루 고객수의 차이도 별로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 당일 늦은 저녁 한 편의점 행사 매대에 밸런타인데이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은행과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예전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맞으면 회사 단체선물 예약도 들어오고, 롤케익 단체 주문 같은 것도 많았는데 요즘은 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불경기 탓 아니겠느냐”며 “여유가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예 비싼 걸 고르는 모양이고, 아닌 사람들은 서로서로 알아서 그냥 넘어가거나 작은 초콜릿 정도로 선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울산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일반 초콜릿에서부터 대형 인형 세트나 파우치, 바구니로 된 중고가 제품들도 많긴 한데,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안 사갔다. 제일 큰 건 아직 하나도 안 팔렸다. 만 원만 넘어가도 별로 안 팔린다”며 “오히려 상시로 파는 초코바나 판형 초콜릿이 조금 더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학생들은 마련, 사회 초년생도 남은 학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벅차 큰 선물은 서로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는 것.

선생님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학부모도 많이 줄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불경기 탓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 윤모(35, 여) 씨는 “어린이집 선생님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서로서로 눈치도 보이고 드리기도, 안 드리기도 참 애매했다”며 “그래서 아이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돌리는 선물은 올해 하지 않고, 선생님에게만 간소하게 하나 해 드렸다”고 했다.

또다른 한 학부모도 “사실 마음 같아선 그냥 넘어가고 싶다. 우리나라 명절만 지내도 큰돈이 나가지 않나. 설에도 지출이 컸다”며 “그렇다고 아예 안 하자니 참 눈치 보이고. 어쩔 수 없이 구색만 갖추는 정도로 선물을 해서 보냈다”고 털어놨다.

꼭 청탁금지법 때문이 아니라도 ‘00데이’ 선물에 지갑을 여는 고객층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같다는 게 대다수의 답변이다. 밸런타인데이로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나 호텔 등 고급 음식점 등은 함박웃음을 지었다지만 서민의 생활은 몸도 마음도 아직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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