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대출 간사가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와 관련한 야당의 안건조정위 구성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간사는 지난해 12월 29일에 있었던 미방위 여야 합의도 부정했다. 당시 여야 간사는 언론장악방지법을 포함한 109개 법안의 법안심사소위 회부 후 심사하기로 한 바 있다. 박 간사는 "바로 다루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박 간사의 이러한 행각에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여기가 박대출 위원회냐"며 분노했다.

▲박대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 (연합뉴스)

14일 오후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박대출 간사는 "법안들이 국회 각 상임위에 회부가 된다면 그 이후에 가능하면 많은 법안들을 해당 상임위에서 다루고 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그러나 모든 법안을 다 다루는 것은 선례도 없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한계와 상황들에 비춰볼 때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여야나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 이견이 큰 법안이 많다"면서 "그런 법안들을 제외하고 토론이 가능한 법안 위주로 법안소위 심사를 해서 의결에 넘겨 국회 본회의까지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간사는 "19대 미방위에 회부된 법안이 768건인데, 이 중에는 전체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한 것이 32건, 법안소위 상정도 못한 것이 187건, 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156건에 이른다"면서 "방송 관련 개정안은 법안소위 상정도 돼있는데, 야당 측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붙이는 데 대해 여야 간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대출 간사는 "안건조정위도 19대 전례를 보면, 2014년 5월 18일 새누리당 의원 12명의 요구로 TV수신료 인상안 안건조정위 구성이 있었다"면서 "당시 위원 선임이 안 되서 해당 안건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던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간사의 이 같은 발언은 언론장악방지법 처리에 자유한국당은 동의할 수 없으며, 안건조정위 구성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에 박홍근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12월 말에 어떻게 합의했었냐. 당시 대체토론했던 109개 법안을 언론장악방지법 공청회하고 법안소위 회부하고 다루기로 얘기가 된 것 아니냐"면서 "근데 신상진 위원장과 박대출 간사가 소위에서 방송법을 다룰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약속 파기한 사람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박홍근 간사는 다뤄지지 못하는 법안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는 박대출 간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여기 계신 의원들에게 여쭤보라. 다뤄지지도 않고 검토도 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법안을 내는 의원이 어디 있느냐"면서 "국민들이 그런 입법 활동하라고 비싼 세금을 내는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간사는 "그런 법들을 다루지 못한 상임위가 문제인거지, 우리도 19대 전례 따라가자, 이게 있을 법한 논리냐"고 성토했다.

박홍근 간사는 "안건조정위는 국회법 57조2에 보면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구성이 되는 것이고, 6명의 구성에 대해서도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에서 3명 추천했고, 국민의당도 1명 추천했다"면서 "2명만 더 추천하면 되는데, 자유한국당이 추천을 안하면, 국민의당, 바른정당 추천을 받으면 된다. (신상진 위원장이) 그런 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고 조속한 안건조정위 구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박대출 간사는 12월 말 109개 법안을 심사하기로 합의했다는 박홍근 간사의 발언에 대해 "법안소위에 회부된 모든 안건을 당장 2월에 심사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다"면서 "왜 그렇게 해석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우선순위에 따라 이견이 없는 것을 다룰 것은 다루고, 아닌 것은 시간을 두는 그런 의미이지 2월에 100건이 넘는 것을 심사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박대출 간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 (연합뉴스)

이를 두고 두 간사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박홍근 간사가 "거짓을 말한다"고 하자 박대출 간사는 "글자 하나하나 따져 보겠다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박홍근 간사가 "위원들 보는 앞에서 거짓말씀을 하신다"고 지적하자, 박대출 간사는 "거짓이라니 당장 사과하라"고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박홍근 간사가 "말 바꾸기 한 사람이 누군데 화를 내시냐"고 하자, 박대출 간사는 "말을 바꾸다니, 인격을 존중하라"며 언성을 높였고, 박홍근 간사는 "그쪽에서 소리를 지르셨지 않느냐.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쟁 끝에 박홍근 간사는 12월 29일 회의 속기록을 가져와 자신이 발언했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박 간사가 읽은 내용은 1월 중순 공청회를 열고 109개 법안에 대해 대체토론을 열고 109개 법안을 법안소위에 회부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박대출 간사가 "대략적인 여야 협의는 박홍근 간사가 얘기한 대로입니다"라고 답한 내용도 있었다.

이에 박대출 간사는 "속기록을 박홍근 간사가 읽어주셨는데, 대략적인 것은 박홍근 간사의 말이 맞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대략적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그 전체적인 문제를 다루겠다는 얘기를 한 거다. 왜 이렇게 오해를 하시냐. 편하게 혼자 희망적으로 해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과 언쟁이 오갔다. 박홍근 간사가 신상진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말을 바꾸시냐. 109개 법안 다룬다고 동의하지 않으셨냐. 말 바꾸지 마시라"라고 하자, 신상진 위원장은 "어거지 쓰지 말라"고 말을 잘랐다.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박대출 간사에게 "지금 속기록 가지고 거짓말 하고 있잖아. 여기가 박대출 위원회야?"라고 언성을 높였고, 박대출 간사는 "김 간사 말 조심하라"고 항변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강효상 한국당 의원 사이에도 언쟁이 벌어졌다. 강 의원이 "방송법 논의가 계속 되는데 미래부 업무보고도 있으니 논쟁을 그만하자고 하자"고 하자 이 의원은 "법안심의도 못한 위원회에서 무슨 업무보고냐. 내가 웬만하면 초선의원한테는 이렇게 얘기를 안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의원이 "내가 초선인데 뭐 어쨌다는 거냐.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거냐. 사과하라"고 반발하자, 이 의원은 "초선이 모욕이냐. 못한다"고 맞섰다.

강효상 의원은 "초선을 비하하고 깔보는 의원과 일할 수 없다"고 하자, 이상민 의원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상식에 맞는 말씀을 하라"라고 맞받아쳤다. 강 의원은 "나도 상식이다. 다선의원님 사과하시라"고 거듭 촉구하다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