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활동 전력으로 취재 업무에서 배제됐던 KBS 기자가 지난 10일 취재 부서로 발령을 받으며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2015년 일베 유저 출신으로, 42기 공채로 KBS에 입사해 논란을 일으켰던 A 기자는 지난해 3월 보도국 발령(비취재부서)을 받았다.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취재부서인 뉴스제작2부로 배치됐다.

(사진=미디어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3일 성명을 내고 A 기자와 사측을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 ‘일베’에서 ‘여성 비하와 차별’ 등의 전력을 갖고 있는 당신은 시청자와 국민 앞에 마이크를 잡고 ‘사회 정의’를 말할 만큼 당당하게 거듭났는가”라며 “당신이 어떻게 속죄하고 반성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KBS 기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도 전혀 판단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해 분명하고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측에 대해서도 “회사가 지난 2년간 이 문제와 관련해 한 일이라고는 채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보도본부 밖에서 근무토록 하다가 1년 뒤에는 슬그머니 보도본부 내 비취재부서인 편집부로 인사발령을 냈고, 이번에 다시 취재부서로 발령내 완벽한 복권을 시켜준 것뿐이다. 시청자와 국민이 잊기만을 바란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우려하는 것은 단지 다시 불거질 시청자들의 비판과 사회적 논란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의 직원이 이른바 보도본부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면서 길들여지고 순치됐을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감시와 비판이 순치된 채 오직 위에서 시키는 대로 뉴스를 찍어내는 일에 동원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생활해야 할 여성 직원들은 이번 인사 조치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여성을 폄훼하고 비난하는 일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집단이 '일베'였고, 여기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문제의 당사자가 얼마나 반성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KBS에서 여전히 '일베' 출신 기자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회사의 일방적인 인사 시행은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라며 ▲일베 출신 A 기자에 대한 인사발령 철회 ▲민주적인 의견 수렴에 등을 요구했다.

앞서 2015년 1월 1일자로 입사한 A 기자는 일베와 자신의 SNS에 여성 비하, 전라도 광주 비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게시물을 작성하고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S기자협회를 비롯한 11개 직능단체가 임용 취소를 촉구했으나, 사측은 그를 정식 임용했다.

A 기자는 정식 임용된 2015년 4월, 사내게시판에 "공영방송인으로서 필요한 잣대를 그 누구보다도 엄중하게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철저히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겠다"는 사과글을 올렸으나, 안팎의 비판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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